지난 2005~2008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저작물 사용료 명목으로 북한에 지급한 7억 9000여만원의 송금 경로와 북측 수령자가 누구인지 《월간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다. 

경문협은 지난 2004년 임종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축이 돼 설립한 사단 법인으로 북한과의 경제, 문화 분야 협력과 지원 사업 등을 수행한다.

문재인 정권 당시인 2021년 4월 법원은 이 돈이 어떤 경로로 전달되었는지, 북측 누구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사실 조회를 통일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그해 7월 통일부는 “정보공개법상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로 비공개 대상” “법인(경문협)의 경영상 비밀에 관한 정보”를 이유로 법원의 요청을 거부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법원이 통일부에 사실 조회를 요청한 이유는 6·25 국군 포로 2명이 제기한 소송 때문이다. 2020년 7월 서울중앙지법은 6·25 전쟁 당시 북한의 포로가 돼 강제노역했던 국군 포로 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북한 정부와 김정은은 총 4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23억원(당시 기준)을 압류해 배상금으로 주라는 추심 명령을 내렸다. 경문협이 “저작권 소유 주체인 조선방송위는 독립 기구이기 때문에 저작권료가 북한 정부 돈이 아니”라며 논리를 펼치며 이를 거부하자, 국군 포로 측은 경문협을 상대로 추심금 소송을 냈다. 지난 2월 14일 2심 판결에서 서울동부지법은 1심과 마찬가지로 경문협 손을 들어줬다.

《월간조선》의 취재를 종합하면, 2005~2008년 경문협 관계자는 금강산, 평양, 개성에서 북한 저작권사무국과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를 여러 차례 만나 이들에게 미 달러로 바꾼 현금(67만 6525달러)을 건넸다. 남측 방송국 등 북한 저작물 이용자로부터 거둔 저작권료 명목이었다.

저작권사무국 부국장은 이 돈을 받은 뒤 수기(手記) 영수증(령수증)을 만들어 경문협 관계자에게 줬다. 이 영수증에는 ‘다음의 금액을 저작권료로 정확히 받았음을 확인합니다.’라고 기재돼 있다.

경문협과 저작권사무국, 민화협은 2005년 12월 31일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에는 ‘경문협은 북측 저작물 사용을 원하는 남측 사용희망자와 민족화해협의회와 저작권사무국을 대리해 포괄적인 사전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합의서를 체결하기 위해 경문협 관계자는 2005년 12월 30일부터 이틀간 북한을 방문, 이튿날 개성 봉동관에서 북한 관계자들과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듬해 1월 경문협은 자신들의 산하 기관인 남북저작권센터에 북측 저작권 대리 중개업무를 위탁했다.

경문협이 북한 당국에 저작권료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5년 2억 4000만원 ▲2006년 2억 3786만 6400원 ▲2007년 2억 3197만 9200원 ▲2008년 8232만 6000원이다. 그러던 2008년 7월 금강산을 방문한 우리 관광객이 북한 인민군에 피살되자 정부는 그해 말부터 대북 송금을 금지했다. 송금길이 막히자 경문협은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왔다.

정보공개청구로 통일부에 문의한 결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저작권료 총액은 28억 5300여만원이다. 공탁 후 10년이 지난 공탁금은 국고에 귀속된다. 그러나 경문협은 이를 피하기 위해 2019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공탁금을 회수한 뒤 재공탁하는 ‘꼼수’를 부려왔다. 회수 후 재공탁하지 않았다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약 12억원이 국고로 귀속될 수 있었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