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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통합론' 기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한국당은 '홍준표-혁신위' 체제와 친박세력(親朴勢力) 간 갈등이 불거졌고 바른정당 역시 자강(自强)과 통합(統合)으로 두 축이 갈려 내홍(內訌)이 지속되고 있다. 잠깐 타올랐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중도통합론' 열기도 국민의당 내 호남(湖南) 중진들의 반발로 사그라지고 있다. 당초 통합의 기회를 열었던 각 당의 물밑 접촉도 어지러운 집안 단속에 골몰하는 가운데 잠시 속도를 늦췄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11월 13일로 예정된 바른정당의 전당대회 전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당대당(黨對黨)이 아닌 개별의원들의 합류와 이탈 형식으로 보수통합의 속도는 가속화될 수 있다. 바른정당 내 자강파와 분리된 통합파들이 단신(單身)으로 빠져나오고 한국당 내 친박계 축출이 일단락되면 다시 통합론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현재까지 점쳐진 정계개편의 분수령은 국정감사(國政監査) 직후라는 추측이 우세다.
바삐 돌아가는 늦가을 정계흐름에 보조를 맞추듯, 최근 보수통합의 열쇠를 쥔 정치거물(政治巨物)들도 속속 귀국 중이다. 홍준표 대표 체제하 윤리위 탈당 권고 결정에 반기(反旗)를 든 같은 당 서청원, 최경환 의원이 26일과 27일에 걸쳐 귀국했다. 청산의 칼자루를 쥔 홍 대표 역시 방미일정(訪美日程)을 마치고 28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앞서 이들 간 독한 설전(舌戰)이 오갔으나 '축출과 반격'으로 맞선 본격 접전(接戰)은 10월 말일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서-최' 의원의 출당 문제를 집중 논의하는 한국당 최고위원회가 이달 30일에 열리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내 통합의 물꼬와 분열의 불씨도 살아 있다. 국정감사 일정으로 출국했다 27일 귀국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은 이날 '통합 움직임이 약해졌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오후부터라도 동지들을 만나 (보수통합론에 대해) 상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 문제는 움직임이 약해졌다고 논할 얘기가 아니다"라며 "보수야당이 분열돼 있어 (현 정권 독주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가 단일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이 소신은 변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김 고문은 "정당은 선거로 심판을 받는데 내년에 큰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가) 분열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면 선거 패배가 뻔하다"며 "선거 전 어떤 형태로든 보수가 다시 단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 중진의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일각에서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주 후반 정도에 최소 7명의 통합파 의원이 빠져나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가운데 자강파 수장(首長)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고심은 깊어가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내달 13일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승리를 거머쥐어야 약간의 컨벤션 효과라도 볼 수 있다. 당 대표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27일 출사표를 던진 이는 유승민, 박인숙, 하태경, 정운천 의원과 정문헌 전 사무총장, 박유근 재정위원장 등 총 6명이다. 최고 득표자가 당 대표가 된다. 그다음 2위에서 4위까지의 후보 3명이 최고위원이 된다.
당내 분열과 이탈의 조짐은 단합의 상징인 전당대회에서도 나타났다. 통합파가 아닌 자강파 다수만 출마에 나선 것이다. 더욱이 유 의원을 제외하고는 정치적 무게감이 그리 크지 않은 인물들이라 후보들 간 경쟁에서 비롯되는 박진감이 생명인 전당대회 효과가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물론 통합파 탈당 결행과 관계 없이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게 현재까지의 당 지도부 입장이다.
한편 합종연횡의 기로에서 보수정당 내 새로운 세력들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양비파(兩非派-앙비론파)와 관망파(觀望派)다. 한국당의 양비파는 친박계와 홍 대표 체제 모두를 거부하는 중립적 입장이다. 바른정당의 관망파는 자강파에서 갈라져 나왔다. 보수통합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행동에 나서겠다는 자세로 역시 중립적 입장이다.
한국당의 양비파는 홍 대표와 친박계 간 집안싸움에 염증을 가지고 있다. 정권 견제와 현안 대응에 심혈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힘을 모을 보수대통합은커녕 당내분열만 지속하니 그들의 실망감은 여간 크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둘 다' 싫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당의 최대 계파는 친박(親朴), 친홍(親洪)도 아닌 비박(非朴) 겸 비홍(非洪)이라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양비파로 분류되는 한국당 내 한 의원은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은 한국당의 싸움에 혐오와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현 정권 인사가 '보수를 궤멸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궤멸당하기 전에 자멸할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의원 역시 "홍 대표 측과 친박 모두 한국당 의원들이 자신들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귀국한 김무성 고문의 본격 등판으로 바른정당 내 자강파 일부는 관망파로 분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초 관망파 의원을 4명 정도로 추산했다가 한국당과 국민의당 통합론이 불거지자 8~9명으로 늘어났다고 보기도 했다. 자강에 초점을 뒀던 그들의 심지가 보수와 중도의 정계개편 조짐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그들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한국당 합류의 시기와 형식과 명분, 그리고 친박계 청산으로 상징되는 한국당의 체질 개선 여부다.
가까이로는 이번 주말과 30일 한국당 최고위원회, 11월부터는 국정감사 직후인 다음주와 바른정당 전당대회 직전까지가 보수통합론의 향방을 좌우할 시기다. 이 시기 동안 한국당의 양비파 그리고 바른정당의 관망파가 어떤 결심을 하고 어떤 행보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보수정치 세력의 활로도 달라질 것이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