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총선을 앞두고 일부 영남권 중진들에게 험지 차출을 요구하고 당사자들이 이를 수용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까지 직접 거론된 중진 의원은 모두 '비윤(비윤석열계)'로, 권성동-윤한홍 의원 등 '원조 윤핵관'으로 불리는 중진 의원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최근 부산 5선 서병수 의원(부산진갑)에게 부산 북·강서갑 출마를 요청하고 경남 3선 김태호 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에게는 경남 양산을 출마를 부탁했다.  두 지역의 현역 의원은 각각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김두관 의원이다. 또 3선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에게는 김해 출마를 요청했다. 김해갑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김해을은 민주당 김정호 의원이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의원들에 대해 “소신 있게 의정 활동을 해 오셨고, 당이 힘들 때도 늘 당을 지켜 오신 분”이라며 “부산·경남(PK)에서 낙동강 벨트가 가장 중요하고, 사수하고 되찾아 온다면 이번 총선에서 큰 의미가 있고 승리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요청에 대해 서 의원은 수락 의사를 밝혔고, 김 의원과 조 의원은 숙고에 들어간 상태다. 

낙동강 벨트는 낙동강에 인접한 경남 양산과 김해, 부산에서도 강서구와 사하구 등 주로 민주당이 차지했던 지역구를 의미한다. 

서 의원과 김 의원, 조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면 PK지역에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 4명이 지역구를 옮기게 된다. 앞서 3선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뒤 현재 서울 중·성동을로 지역을 옮겼다. 

한편 비윤계로 분류되는 서병수 김태호 조해진 의원을 향해 당이 희생을 요구하면서 윤핵관과 친윤계 의원들에도 똑같이 강력한 요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온다.  지난해 말 활동을 종료한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3대 기득권으로 지도부·영남 중진·윤핵관을 지적하고 희생을 요청했지만,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 불출마를 빼면 이뤄진 것은 없다. 

특히 '원조 윤핵관 3인방'(장제원 권성동 윤한홍) 중 장 의원만이 불출마 선언을 한 가운데 권성동(강원 강릉), 윤한홍(경남 창원마산회원)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권 의원과 윤 의원은 현 지역구에서 예비후보 등록과 당 공천신청을 마친 상태다. 중앙당이 본격적으로 공천 심사에 나서면서 지역에서 현역 의원과 관련된 미묘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6일 국민의힘 소속 일부 강릉시 시·도의원들은 강릉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에서 권성동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공천 경쟁자는 김한근 전 강릉시장, 오세인 전 광주고등검사장이 있다. 

하루 전 5일에는 경남 창원에서 국민의힘 소속 일부 창원시 시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윤한홍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공천 경쟁자는 차주목 전 중앙당 조직국장·조갑련 전 창원시의원·조청래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정확히 중앙당이 중진의원 압박에 나선 시점에 윤핵관 의원 지지자들이 기자회견에 나선 점은 지역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민의힘 중앙당 한 고위관계자는 "강릉과 마산에서 현역 의원이 윤핵관이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며 "당이 중진 의원들 압박에 나선 만큼 현역 의원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