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부친 살해 피의자...우발적 살인(殺人)인가, 계획 살인인가 : 월간조선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죽였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을 살해한 피의자 허모(41)씨의 주장이다.

경찰은 피의자의 진술 내용과 맥락에 대해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우발적 살인은 감경요소가 아니다. 그러나 계획살인은 가중요소다. 결과적으로 우발적 살인인지 계획 살인인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

참고로 감경요소란 범죄를 저지름에 있어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 즉 과잉방위, 미필적 살인의 고의, 피해자 유발 등을 말한다.

가중요소란 계획적 살인,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사체손괴, 잔혹한 범행수법, 존속인 피해자, 비난할 만한 목적에 의한 약취·유인인 경우, 강도강간범인 경우,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등이다.

피의자 허씨의 주장대로 범행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계획 살인이라고 보기에는 허술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범행 이후 현장 혈흔을 없애거나 증거를 인멸하려는 일련의 행동을 하지 않았고, 도주할 때도 자신의 차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의자의 범행은 그의 말대로 우발적이었을까.

종편(종합편성채널) 토론자로 자주 등장하는 서정욱 변호사는 "우발살인을 가장한 치밀한 계획살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우발적 살인이라고 보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는 것이다. 서 변호사는 "정황상 최소한 미필적이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무리 분노조절장애가 있어도 주차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시골에서 단순 주차분쟁으로 살인까지 저지르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둘째, 피의자가 사건 당일 범행 2시간 전인 오후 5시12분 마을로 들어온 점과 범행 이후 피해자 차량을 몰고 마을을 빠져나간 시점을 비교할 때 도저히 우발 살인으로 볼 수 없다.

셋째, 아직 흉기가 발견되지 않아 자세한 준비 경위를 알 수 없으나 미리 흉기를 준비했다면 이는 최소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정황증거다.

넷째, 저녁 시간대에 양평까지 찾아간 경위가 석연치 않다. 피의자가 피해자 자택 인근의 공사 현장을 책임지고 있다 하더라도 하루치 공사가 끝난 당일 오후 늦게 서울에서 양평까지 갈 이유가 크지 않다.

서 변호사의 말을 종합하면, 건축 과정에서 일조권·소음·주차 등과 관련해 피의자와 피해자 간 알려지지 않은 분쟁이 있었고, 이에 앙심을 품은 피의자가 미리 흉기를 휴대한 상황에서 말다툼 끝에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도 이 대목을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