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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1일 촛불집회 1주년(10월 29일)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명박 심판 범국민행동본부' 관계자 등이 촛불집회를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며 촛불로 'MB구속'이라는 글씨를 만들고 있다. |
'박근혜 탄핵'을 성사시킨 촛불집회가 1주년을 맞아 10월 28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기념행사를 동시에 연다.
광화문 행사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가 주최한다. 행사는 오후 6시. "적폐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향한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는 게 행사 주최 측의 설명이다. 1만 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시각, 여의도에서도 1주년 촛불집회가 열린다. 행사 안내문에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촛불혁명을 이뤄낸 국가, 아시아 최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민이 파티를 만들자"고 적혀 있다. 4,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경찰 측은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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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정신병원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몇몇 조사원을 환자로 위장해 정신병동에 들여 보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조사원들은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가 신분을 밝히며 자신이 병동에 들어온 이유를 설명했다.
조사원들의 말을 한참 듣던 의사는 놀라워하면서도 그들을 병원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여전히 환자로 취급하며 의사 소견서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이 환자는 지극히 정상적인 척함.'
조사원들이 아무리 환자가 아니라고 말해도 의사와 병원은 그들의 말을 믿지 않고 외면했다.
나중 이 현상을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내가 환자가 아니라도 환자 집단 속에 내가 있으면 나는 환자일 수밖에 없다. '내가 누구인가'는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내 생각이 집단의 생각과 다르다 해도 그 집단의 힘에 의해 나는 사라진다. 문제는 집단사고의 위험이다. 개인의 자유나 선택의 책임보다 집단의 행동, 사고, 결정이 더 중요시 될 때 그 사회는 집단사고의 늪에 빠진다.
인간은 추론 능력을 지닌 존재다. 자신과 다른 여러 의견을 비교 검토하고 그중 가장 가치 있는 의견을 택할 수 있는 능력과 그 의견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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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촛불 기념행사에서 한 단체가 ‘2017년 적폐시상식’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을 적폐 대상으로 풍자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행사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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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 |
애시는 실험실에 9개의 의자를 준비한 뒤 피실험자를 8번째 의자에 앉히고 실험 조수들을 나머지 의자에 앉혔다. 그러곤 같은 길이의 선과 확연히 길이가 구별되는 선이 함께 그려진 카드를 차례로 보여주었다. 조수들의 '바람잡이' 거짓 의견에 8번째 의자에 앉은 피실험자는, 분명히 길이에서 차이가 났지만, 카드에 그려진 선분의 길이가 모두 같다고 답했다.
이런 실험을 다른 피실험자 17명에게 똑같이 반복했더니 11명이 '바람잡이' 거짓 의견에 동조했다.
이런 실험도 해보았다. '바람잡이' 조수 중의 한 명이 "길이가 다르다"는 의견을 냈더니 피실험자 역시 "길이가 다르다"고 답했다고 한다.
집단 속에 단 한 명이라도 진실한 의견을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 조직은 건강해지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결론 내렸다.
집단 안에는 보통 '주도자' '차단자' '지지자' '관찰자' 등의 역할을 하는 부류가 있다.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주도자'는 호감을 얻기 쉽다. 거기에 반대의견을 내세우는 '차단자'는 곧잘 소외당한다. 하지만 그게 중요하다.
'차단자'의 다른 의견이 반드시 올바를 필요는 없다. 찬물을 끼얹는 기능을 하는 것만으로도 집단의 그릇된 방향을 정상적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고 한다. (오리 브래프먼 외, 《스웨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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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리들리(Matt Ridley)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정보 순차성' 개념을 강조한다. 이 개념은,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두 개의 서로 다른 정보원을 참고하면서 순서를 정하는 심리적 경향성을 담고 있다. 여기서 두 개의 정보는 자신의 독립판단, 타인의 판단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의 판단이 모두 똑같을 경우, 자기 판단을 쉽게 포기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판단을 나의 판단보다 우선시한다. 그럴 경우 나는 지워지고 집단(의 판단)만 남는다. 나는 집단 속에서 동류의식을 느낄 수 있지만 나의 선택과 자유는 없다.
'정보 순차성'을 통해 사람들은 어떤 일을 혼자 하기보다는 남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침내 "우리는 한 팀이며, 우리는 같은 편이며 우리는 하나다"라는 일체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일체감은 집단 구성의 단결을 끌어내면서도 동시에 다른 집단을 반드시 무찔러야 하는 적으로 만들고야 만다. (최용철, 《윤리란 무엇인가 묻고 생각하다》 참조)
촛불집회는 결과적으로 태극기집회를 만들었고 두 세력은 한국 사회를 갈라놓았다. 그들 사이에 존재한 더 많은 이의 생각과 판단은 외면되고 말았다. 그들의 집단적 배타성은 한국 사회를 지금,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