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장성들,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국정조사해야” : 월간조선

예비역 준장, 소장, 중장, 대장 등 전직 장군들이 모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 결과(2023년 12월 7일 발표)에 대해 토의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 송대성(예비역 공군 준장, 전 기무사 참모장) 대표, 국방포럼 김근태(예비역 육군 대장, 전 제1야전군사령관) 대표, 대수장 조성직(예비역 육군 소장, 전 국군사이버사령관) 사무총장, 국방포럼 김정수(예비역 육군 중장,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소속 전라남도 목포시 공무원 이대준씨가 실종돼 북방한계선 이북인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해안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이다. 북한군은 피살된 이씨의 시신을 소각했다.

2020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씨를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지만 2022년 6월 윤석열 정부에서 해경과 국방부는 ‘월북 시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결과를 번복했다. 2023년 12월 7일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조직적으로 해당 사건을 은폐 및 조작한 혐의가 사실이라고 발표했다.

대수장 송대성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천인공노할 사실도 여럿 담겼다”고 했다.

국방포럼 김정수 사무총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에 국민이 분노했던 이유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기 때문”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열망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당시 정권이 저지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는 ‘국민을 방치한, 국가의 존재 자체를 의심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수장 조성직 사무총장은 “국민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 문재인 정권에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 사건을 은폐, 축소, 조작, 왜곡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좌우로 극명하게 나뉘어 있는 바람에 국민도 사건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편향된 시각에 따라 바라본다. 천인공노할 사건에 대해서도 분노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요구하자 문 대통령 측은 ‘무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례하다’는 반응에 대해 송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당시 안보 기관장(국정원, 국가안보실장, 국방장관, 해양경찰청장)에게는 여러 잘못이 있다”며 “‘자국민 보호’라는 책임 방기, 거짓 정보로 국민 기만, 사자(死者)와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 북한 비위 맞추기 등이 있다”고 했다.

김근태 대표는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감사원 감사만으로 끝낼 수준이 아니다. 감사원 보고서를 모든 국민이 보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유족의 한을 풀어주고 국민에게 이 사건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여야가 합의해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을 지낸 김정수 사무총장은 “‘자진 월북’이든, ‘실족’이든 우리 국민이 접적 지역에서 실종되면 관련 내용이 합동참모본부를 거쳐 위기관리센터를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된다”며 “당시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우리 국민을 어떻게 구출할 것인가’를 다각적으로 논의했어야 함에도 이대준씨를 외면했다”고 했다.

이어 “국방부는 서해 공무원의 신변 안전보장을 촉구하는 대북 전통문도 발송하지 않았다. 합참은 ‘통일부 주관’이라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정원의 연락을 받은 통일부는 장관, 차관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며 “청와대 안보실장, 안보실 1차장, 위기관리센터장 등은 상황이 해결되지도 않았는데도 퇴근하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송대성 대표는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는 이스라엘군의 활약상에 “이스라엘에서는 ‘보복할 수 없는 힘은 안보 역량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군인 한 명이 죽거나 다치면 적 200~300명을 반드시 몰살시킨다’고 한다”며 “대화만으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 강력한 힘만이 진정한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와는 별개로 정치인들이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을 위해서 이 국치(國恥)적인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근태 대표는 “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군이 정치권에 오염됐다”며 “9‧19남북군사합의도 정치에 오염돼 벌어진 사건이다. 당시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9‧19합의가 갖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정치권의 눈치만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대가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의 눈치를 본다면 어떻게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느냐”며 “군 수뇌부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