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17세기 명청 교체기를 사례로 ‘광해군의 균형외교’ 전략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광해군식 외교 전략을 두고 오늘날 미·중 경쟁 시대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역사적 유추에 기초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최우선 교수는 지난 23일 〈주요국제문제분석 2023-34〉에 발표한 ‘국제질서와 한국의 전략: 명·청 교체기와 미·중 경쟁 시대의 전략’에서 “조선시대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는 패권 질서였다”며 “조선과 같은 주변국들의 유일한 전략적 대안은 패권국에 편승(bandwagoning)하면서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명·청 교체기와 같은 불확실성이 높은 패권 이행기에는 광해군처럼 어느 한 편을 들지 않고 승패를 지켜보다 승자에게 편승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20세기 이후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세력균형 질서로 변화했다. 미국은 영토적 야심이 없는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er)로서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해 왔다”며 “장기적으로도 미국의 군사적 우위와 거대한 반중 동맹으로 인해 동아시아의 세력균형 질서가 중국이 지배하는 패권 질서로 변화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세력균형에 기초해 독립성을 유지하는 더욱 효과적인 국가안보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며 “한국은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중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고
세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에 분명한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현재의 군비 경쟁 수준과 양국의 전략을 볼 때, 미국과 중국의 냉전이 시작됐다는 것은 과장된 평가”라며 최근 벌어지는 미·중 간의 갈등은 세력 경쟁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유일 강대국 지위 하락으로 벌어진 세력 균형의 변화에 불과하다고 봤다.
최우선 교수는 “2035년경 국제체제는 미국과 중국이 상위의 초강대국으로 존재하는 양극체제로 이행할 것이며 인도가 점차 강대국화되고 있지만 아직 제한된 군사력으로 인해 강대국 지위를 획득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일본, 러시아 등은 제한적인 재래식 전력과 경제력의 상대적 쇠퇴로 인해 강대국의 지위를 갖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대륙 세력인 중국의 강대국화로 인해 역내 국가들의 미국과의 안보협력과 반중(反中) 연대는 점차 강화될 것”이라며 미래 잠재적 패권국가로 성장한 중국의 공격적 군사 행동을 계기로 본격적인 반중 동맹이 결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동아시아의 세력균형 질서가 유지돼 중국이 세력균형 질서를 깨고 패권국이 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전망했다.
최우선 교수는 “미·중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한국은 과거의 전략적 모호성 또는 균형 외교에서 벗어나 분명하게 한미동맹에 우선순위를 두는 국가안보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균형 외교는 한국의 전략적 이익과 국제질서의 추세에 맞지 않는다. 한국의 의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안보와 세력균형 유지에 필수적인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일정한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대중 정책의 기조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