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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언더 화이어〉의 한 장면.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인 러셀이 니카라과 내전을 취재하고 있다. |
기자는 신념을 위해 사실을 왜곡해도 될까.
기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사실과 신념 중 어느 쪽이 우선시 될까.
1983년 국내에 개봉된 영화 〈언더 화이어(Under Fire)〉는 기자가 지켜야 하는 사실의 가치와 신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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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언더 화이어〉 포스터. 주인공 닉 놀테를 중심으로 진 핵크만(右)과 조안나 캐시디. |
이 영화는 1979년 중앙아메리카 니카라과 내전(內戰)이 배경이다. 소모사 군사정권과 반군인 혁명군이 충돌할 때 미국인 프리랜서 사진기자 러셀(닉 놀테)은 니카라과 현장을 찾는다.
러셀은 소모사 정권의 폭력성과 야만성, 민중의 반발을 경험하게 되고, 치열한 싸움의 현장에서 미국 《타임》 기자 알렉스(진 핵크만), 방송국 리포터 클레어(조안나 캐시디)와 만난다.
어느 날 혁명군 측이 러셀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혁명군의 지도자이자 민중의 지지를 받는 라파엘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러셀(과 클레어)이 만난 라파엘은 인터뷰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미 정부군에 의해 피살된 상태였다.
혁명군 측은 “피살된 민중의 영웅을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 달라”고 러셀에게 부탁한다. “며칠만 라파엘이 살아있게 보도하면 전세가 혁명군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셀은 진실의 편에 서느냐, 아니면 혁명군 편에 서느냐를 두고 고민한다.
그는 진실을 왜곡하기로 결심한다. ‘라파엘은 살아 있다(Rafael Vive)!’고 보도한 것이다. 러셀의 보도 이후 혁명군은 여세를 몰아 수도인 마나과까지 공격, 소모사의 정부군을 압박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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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군 지도자 라파엘이 죽어 있는 모습이다. 러셀은 라파엘이 살아있는 것처럼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혁명군에게 받고 ‘라파엘은 살아 있다(Rafael Vive)!’고 보도한다. |
이 과정에서 소모사가 이끄는 정부군은 라파엘과 인터뷰를 위해 니카라과를 다시 찾은 《타임》지 기자 알렉스를 죽여 버린다. 러셀은 이 장면을 찍어 미국 언론에 보도,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소모사 대통령은 국외로 탈출한다.
영화는 여기서 끝이 나지만, 기자는 어떤 목적을 위해 사실을 왜곡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민중의 편에 선 것이 기자의 ‘사실 보도’보다 더 가치로운 일일까.
소모사 정권이 무너져야 할 정권이라면, 진실 보도로 무너뜨릴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최순실 태블릿 PC’를 보도한 수많은 언론은, ‘박근혜 탄핵’을 위해 진실 대신 왜곡된 신념을 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