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해방 후 <광복절 노래>가 만들어진 것은 언제일까.

《조선일보》 1949년 10월 23일 자 2면에 총무처가 “삼일절 노래, 제헌절 노래, 광복절 노래, 개천절 노래 등을 11월 말일까지 현상 모집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 “당선자에게는 상금 및 국무총리의 상장이 수여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다시 말해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후 ‘경축절 노래’ 제정(制定)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위에서부터 《조선일보》 1949년 10월 23일 자 2면 <삼일절 노래 등 가사 모집> 기사와 같은 해 12월 14일 자 2면 <경축절 가서 전문가에게 위촉> 기사, 맨 아래는 《동아일보》 1950년 4월 27일 자 2면 <광복절 노래, 문교부에서 제정> 기사다.

1949년 12월 14일 자 《조선일보》 2면에 현상모집 결과를 전하며 “응모작품이 있었는데 심사한 결과 입상작품이 없었으므로 총무처에서는 전문가에게 위촉키로 하였다 한다”고 적고 있다.

총무처는 정인보(鄭寅普) 선생과 윤용하(尹龍河) 선생에게 의뢰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광복절 노래>는 1950년 4월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포되었다. 그해 《동아일보》는 4월 27일 자 2면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광복절 가사를 소개했다. 현대어에 맞게 수정하면 아래와 같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 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 길이 지키세 길이 길이 지키세

꿈엔들 잊을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의 보람 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위당(爲堂) 선생은 <광복절 노래>뿐만이 아니라 삼일절, 제헌절, 개천절의 노래까지 모두 만들었다. 선생은 글을 지을 때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글을 지으면 세로와 가로로 몇 개씩이나 써서 방 안 벽에다 붙여 놓고 며칠을 두고 앉아서도 읽어보고, 서서도 읽어보고, 누워서도 읽어보고 하면서 퇴고를 하였다고 전한다.

위당 정인보 선생

당시 위당 정인보 선생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었을까.

역사학자 조동걸이 쓴 <연보를 통해 본 정인보와 백남운>(1991)에 따르면 위당은 57세이던 1949년 정부 감찰위원장으로서 단 1편의 글 외에는 공적인 글은 쓰지 않았다. 단 1편의 글은 <사령(私令)을 배제(排除)하고 공령준행(公令遵行)의 관기를 세우자>는 글이었다.

그러나 위당은 1년 만에 감찰위원장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1950년 산문 한두 편을 남기는데 불과했다. 국가 경축일 노래를 만들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보인다. 위당 선생은 1950년 6.25 당시 낙원동 한양병원에서 북한 인민군에 피랍(被拉)되어 북행(北行) 중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