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살인 예고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데 대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작성자들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사람들을 구속 수사하면 이런 글이 올라오지 못할 것”이라며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없는 애들은 ‘아이고야’하고 뜨거운 맛을 볼 테고, (어른들도) 자칫 글 하나로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조선(33)에 이어,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선 최모씨(22)가 차를 몰고 인도(人道)로 돌진한 뒤 인근 백화점에 들어가 흉기를 휘둘러 총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최대한 많은 사상자를 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성질을 ‘테러(Terror·폭력으로 공포에 빠뜨리는 행위)’로 보고 있다.

이튿날인 오늘(4일)도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20대 남성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른 뒤 도주했다가 2시간 17분 만에 붙잡혔다.

무엇보다 이 상황에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건 온라인 상에 속속 올라오는 ‘살인 예고글’이다. 벌써 8일 오후 여섯시에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을 실행하겠다는 게시물이 온라인 상을 떠돌고 있다. 이 게시물엔 회칼과 함께 “내 전 여자친구가 그 근처에 살기 때문”이라며 “너가 아는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동기가 적혀 있다.

경찰은 예고글에 언급된 오리역과 서현역 일대에 순찰차와 형사기동대 차량을 배치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선 ‘살인 예고글 목록’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에 이수정 교수는 “게시물에 언급된 장소들을 피해서 다니는 게 안전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며 “(게시물 작성자들) 상당수는 실행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의 글일 것이고, 그런 걸 두려워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망치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사이버 게시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폭행 장면이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영상까지도 온라인 공간에 돌아다닌다”며 “영상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상황에 이르기까지 포털 사이트에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