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탈북자 월북 회유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A 변호사가 22일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A 변호사를 국가보안법 및 업무상비밀누설 등의 죄목을 들어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26일 본지는 허강일씨가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입수했다. 허씨는 2019년 미국으로 망명했기 때문에 허씨로부터 사실확인서를 받은 도 대표가 고발을 대리하게 된 것이다. 3년 전 일이 이제야 고발된 데 대해 도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의 사건이었기 때문에 성의 없이 조사됐고,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 같다는 게 허강일씨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객관적인 법적 조치, 다시말해 정치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보고 허씨가 (고발) 부탁을 해왔다”고 밝혔다.

허씨는 사실확인서를 통해 “A 변호사는 2018년 6월경부터 본인과 2016년에 함께 탈북한 종업원 3인에게 ‘북한에서 어머니가 기다리지 않느냐’, ‘조국의 품에 돌아와라’라는 내용이 적힌 그들 어머니의 편지를 전달하며 월북을 수차례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 변호사는 2020년 5월 22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본인(허강일씨를 말함-편집자 주)이 사기로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 채무 관계를 회피하기 위해 몰래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허위사실 등을 누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도 대표는 A 변호사를 국가보안법 위반 및 형법 제317조 업무상비밀누설, 변호사법 제26조 비밀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앞서 중국 닝보(寧波)의 류경식당 지배인으로 있던 허씨는 2016년 4월 종업원 12명과 함께 탈북했다. 이후 허씨는 2018년 모 방송사 인터뷰에서 “국정원 지시로 총선 직전 단체 탈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집단 탈북을 기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민변 측이 먼저 연락을 해왔고 이때부터 ‘월북 회유’가 있었다는 게 2020년 5월 21일자 《조선일보》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다.

다음날 A 변호사는 MBC라디오에 출연해 《조선일보》 보도를 반박했다. 그러면서 허씨에 대해 “2019년 3월 말 경에 망명하듯이 사라져버렸다”며 “그 당시 허강일씨 관련해선 여러 가지 수사가 진행, 사기죄로 수사가 진행된 부분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방송이 진행된 시점 이전인 2019년 4월 3일에 허씨에 대한 사기죄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허씨의 망명 시점이 사기죄 수사 시점과 겹치긴 하지만, A 변호사가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 이미 무혐의 결과가 나왔으므로 그 이후에 진행된 방송에서만큼은 허씨의 망명 사유로 사기죄 수사를 함부로 언급해선 안 된다는 게 허씨 측 입장이다. 무엇보다 허씨의 사건을 맡은 건 다름 아닌 A 변호사였다. 그렇다면 방송 시점에도 허씨의 무혐의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도 대표는 고발장에 “A 변호사는 ‘사기로 조사받은 사실’만을 언급하여 시청자들이 마치 허강일이 범죄 혐의자인양 오해가 되도록 표현했다”고 기재했다. 또 “허강일은 채무관계를 회피하기 위해 망명한 것이 아니라 신변의 위협을 느껴 망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본지는 이에 대한 A 변호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26일 저녁 5시경 '방송에서 허씨의 사기죄를 언급했을 때 해당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된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을 각각 문자 메시지와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보냈다. 하지만 메시지를 읽은 A 변호사는 답하지 않았다. 이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에도 한차례씩 전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허강일씨는 2021년 4월호 《월간조선》 단독 인터뷰에서 ‘국정원 기획 탈북설(說)’의 발단이 된 자신의 모 방송사 인터뷰가 악의적으로 편집됐다고 주장했다. 허씨는 “처음에 저와 종업원들은 ‘우리 스스로 선택해서 탈북했다’고 진실을 말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방송사 측에서 ‘그렇게 말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