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015~2022년 사이 병원에서 출산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가 2000여명 중 1%인 20여명을 선별해 영유아의 안전을 확인했다. 그 결과 2명이 이미 숨진 것으로 드러나 친모인 30대 여성을 긴급 체포했다고 《조선일보》가 22일 보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영유아 살해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1935년 1월 27일 자 《동아일보》의 기사 <과부 영아살해 매년 50건> 기사 중 일부다.

<…조선에서 과부가 재가하지 못하므로 말미암아 여러가지 가정적 비극이 많고 사회문제 또한 많은 터인데 그중에서도 과부를 중심으로 한 유산 쟁탈전은 조선의 독특한 사회문제로 되었으며 과부의 부정한 결정인 영아 살해 등 살인 사건은 1년에 약 50건에 달하야 이것이 도한 조선의 특수범죄로 되었는 바 과부의 재가하지 않은 사실에서 발생되는 폐해는 과부 자신의 희생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도 많은 것이라 한다.…>

이처럼 엄마가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경우, 양육하기 어려운 환경일 경우, 혹은 낙태의 시기를 놓쳤을 경우 영유아가 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폐쇄적인 사회였던 일제 강점기 시절, 매년 50건 가량의 영아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면 드러나지 않은 사건 수가 이보다 몇 배는 많았으리란 추정이 가능하다.

6.25 전쟁 중이던 《조선일보》 1953년 5월 19일 자 <영아를 난자 살해> 기사다.

<…[부산 分室 發] 핏덩어리에 무슨 죄가 있으며 죄가 있다한들 난 지 불과 6시간밖에 안 되는 유아를 구태어 칼로 찌르고까지 죽일 이유는 어디 있었을까. 16일 오전 11시 20분경 부산시 초량동 산 20번지 길가에 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유아의 시체가 유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최의명 씨의 보고에 접한 북부산서 수사계에서는 의사를 대동하고 시체를 검사한 결과 동 유아는 칼로 찔러 죽은 것으로 판명되어 각 방면으로 수사 중에 있다고 한다.…>

다음은 《동아일보》 1957년 11월 9일 자 <한 달 된 영아를 교살 산모가 "젖"이 부족하다고> 기사다.

<경찰 보고에 의하면 대구 시내 대명동 3구 거주 성덕이(23)씨는 지난 4일 저녁 8시경 장녀 곽윤자(생후 1개월) 양을 고무줄로 목을 졸라매고 코를 틀어막아 즉사케 하였다 하는데 살해 원인은 젖이 부족하여 양육할 수 없다고 하여 죽인 것이라고 한다.>

다음은 《조선일보》 1990년 6월 2일 자 19면의 <강간당해 낳은 아기 살해. 화장실 버린 처녀에 집유> 기사다.

<서울지법동부지원 형사합의부는 1일 강간을 당해 낳은 자신의 영아를 살해한 뒤 사체를 버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ㅇ모 피고인(23)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무 전과가 없는 처녀의 몸으로 강간을 당해 임신하게 되자 수치심 때문에 범행을 했으며 이를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해 이같이 판결한다"고 밝혔다.>

1980년대 배우 윤석화 씨가 열연해 많은 관객을 모았던 연극 <신의 아그네스>(원작 존 필미어)는 수녀의 임신, 영아 살해로 이어지는 소재다. 이 작품은 같은 제목으로 노만 주이슨 감독에 의해 1985년 미스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아그네스 역으로 배우 제인 폰다가 맡았다.

젊은 수녀 아그네스는 갓난아기를 살해해 휴지통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재판장에 서게 된다. 수녀원 원장은 아그네스를 감싼다. 그러던 중 마침내 모든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아그네스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학대를 받았고, 괴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던 아그네스는 수녀원의 비밀 통로를 통해 원치 않는 아이를 잉태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재판 판결에서 아그네스는 수녀원으로 돌아가 의사의 치료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제인 폰다가 출연한 영화 <신의 아그네스>(1985)

영아 살해나 아동 학대와 관련해 많은 심리학자들은 학대를 하는 성인들을 연구했다. 그러나 단일의 학대 성격 증후군(abusive personality syndrome)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아동 학대자(살인자 포함)은 모든 인종, 모든 민족 집단, 그리고 사회계층에서 볼 수 있으며, 그들 가운데 많은 경우는 표면적으로는 아주 정상적이고 자녀들을 결코 해롭게 할 것 같지 않은 사랑스러운 부모들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들과 그렇지 않은 부모들 간에는 적어도 몇 가지 차이점들이 있었다고 학계에 보고되었다.

비록 학대를 받는 대부분의 아동들은 자신들이 부모가 되면 자녀들을 학대하지 않지만, 그들 가운데 30% 정도는 자녀학대를 되풀이한다. 다시 말해 3분의 1 정도는 세대에서 세대로 아동의 학대가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녀를 학대하는 어머니들은 상습적으로 폭력을 당해온 여성이거나 연인과의 관계에서 학대를 받은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들은 자녀 및 연인과의 관계 경험을 통해 폭력이 좌절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또한 자녀를 학대하는 어머니들은 종종 나이가 어리거나 가난에 시달리고 교육을 적게 받았으며, 또한 생활의 부담을 분담해 줄 배우자가 없는 상태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들의 많은 경우는 자녀가 자율을 요구하거나 재촉하는 것을 무례 혹은 거부의 신호로 해석할 가능성이 많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개인들이다.

심리학자들은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들은 그렇지 않은 부모들에 비해, 과거에 학대를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며, 매우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이가 보다 적은 젊은 여성들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참고 도서: 발달심리학, David R. Shaffer 저, 송길연 외 공역, 2004년 초판 3쇄, 스그마프레스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