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운동에서 시작된 흥미진진한 시간 여행” 운탄고도 1330 3길

조해영(유튜버 ‘러닝해영’)

운탄고도 1330 3길은 ‘한국의 산티아고’라 불리는 운탄고도의 의미와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구간입니다. 시작점은 1000m가 넘는 망경대산의 7부 능선 분지에 자리한 모운동입니다. 모운동은 ‘구름이 모여드는 마을’이란 뜻으로 석탄 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1960~1970년대 전성기를 누린 마을입니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3길을 따라 걷노라면 왠지 그 옛날 광부들의 숨결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듯합니다. 또 인근 전망대에 오르면 황금색 물줄기를 이루는 황금폭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황금폭포는 폐광된 옥동광업소에서 나오는 용출수로 인해 생긴 폭포인데 이 물에 철분이 많아 황금색을 띱니다. 또 광부들이 동전을 던지며 자신들의 안전과 가족의 행복을 기원했다고 알려진 ‘광부의 샘’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3길은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함께 걷기 좋습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이 길을 친구와 함께 걷노라면 둘만의 진심 어린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눌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입니다.

“배움과 즐김, 휴식이 공존하는 힐링 코스” 운탄고도 1330 1~2길

엄홍길(산악인)

제가 영월 엄씨이다 보니 영월은 제게 꽤 특별한 고장입니다. 매년 전국 엄씨들이 모여 지내는 시제(문중 제사)에 참석하러 영월을 찾곤 합니다. 운탄고도 1330 1~2길은 청령포에서 시작해 각동리를 거쳐 모운동까지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구간 시작점인 청령포는 우리 민족의 비운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단종의 넋이 바로 이곳에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거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엄명이 내려졌지만, 영월 지방의 호장이었던 엄홍도는 목숨을 걸고 단종의 시선을 거뒀습니다. 청령포를 지나면 자연의 신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고씨동굴에 들를 수 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동굴입니다. 2길에서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유적지와 국제 슬로시티로 알려진 늘보마을, 포도주 양조장인 예밀촌 와이너리를 꼭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예밀와인은 맛과 품질이 이미 검증된 만큼 트레킹으로 지친 이들에게 꿀맛 같은 시간을 선사할 겁니다.

“어린 임금의 슬픔을 따라 걷는 길” 단종대왕 유배길

신준범(「월간산」 기자)

화석이 된 슬픔을 아십니까? 영월 단종대왕 유배길은 솔치재에서 산길을 넘고, 주천강과 서강을 따라 청령포에 이르는 44.5km의 여정입니다. 이 길을 걸으면, 17세 어린 왕이 삼촌에게 모든 걸 빼앗기고 감내해야 했던 슬픔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풍경을 즐기기 위한 길이 아니라, 단종의 슬픔을 따라 걷는 길인 것입니다. 이 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는 주천강 발원지인 샘터 ‘주천’과 주천교 술샘공원이며 여기서 300m 걸으면 섶다리에 닿습니다.

임금이 오른 고개라는 이름인 군등치에서는 주천강이 그려내는 수려한 곡선이 내려다보입니다. 영월의 대표적인 기념사진 명소인 선돌은 이름 그대로 ‘서 있는 돌’이란 의미의 기암 봉우리입니다. 마지막으로 둘러볼 곳은 단종 유배지였던 청령포입니다. 이곳은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였고 뒤쪽은 절벽 같은 산이 막고 있는 천연 감옥이었습니다. 놀이공원도 좋지만, 자녀와 함께 역사의 현장을 차분히 음미하며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