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시인》 5월호와 6월호.
기자는 잡지와 함께 산다. 어린 시절 《소년중앙》 같은 만화잡지를 읽었고 학창시절에는 《월간팝송》을 구독했다. 나이가 들어선 《스크린》 《샘터》 《시네21》 《주간조선》 《창작과비평 》《현대시세계 《작가세계》 등을 읽었다.
대학시절 우연히 《뿌리깊은나무》를 보게 되었다. 이미 폐간된 그 잡지를 도서관에서 빌려보던 생각도 난다. 아버지가 보시던 《월간조선》을 몰래 보기도 했다. 아버지는 《신동아》나 《월간중앙》을 한 번도 사지 않으셨다. 늘 《월간조선》이셨다.
《월간조선》 기자가 된 것도 아버지 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도 몇몇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 물론 구독 신청을 하지 않았으나 그냥 잡지를 보내오는 곳도 있다. 기자가 접하는 잡지 이야기를 주말마다 해볼까 한다.
《월간시인》은 지난 5월 1일 창간한 시(詩) 전문지다. 발행인 민윤식, 편집인 홍찬선, 편집장 고용석이다. ‘서울시인협회’가 운영하는 잡지인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월간시》(2014년 1월 창간)를 만들던 이들이 나와 《월간시인》을 창간했다. 《월간시》도 여전히 발행 중이다.
《월간시인》은 책 판형이나 글자체, 잡지 형태 등에서 《월간시》와 거의 흡사하다. 《월간시인》 창간호(5월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월간시인”은 “월간시”를 통해 등단한 모든 시인들을 비롯해서 “월간시”에 훌륭한 작품을 발표하면서 시적 감동을 공유했던 선후배 시인들, 기쁜 일과 어려운 작업을 하며 지금껏 인연을 맺고 있는 ‘서울시인협회’ 모든 회원들과 함께 이전보다 더 열심히, 진심으로 발전하는 일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월간시인》 5월호를 더듬다 김종해 시인의 <섬에서 최하림 시인을 만났다>와 나태주 시인의 <아침통화>를 읽는다. 소개한다.
섬에서 최하림 시인을 만났다
-김종해
목포 출신의 섬사람 최하림 시인을
신안군 팔금도에서 보았다
목포 앞바다 다도해의 작은 섬들
압해도 천사대교 너머 암태도
암태도 건너 팔금도에서
초등학교를 오가던 소년 최호남의
조그만 오두막집 생가를 보았다
원산리 섬마을 벌거숭이 동무들과
주린 배를 채우던 바닷가 갯벌과
채일봉을 오르내리던 그의 유년이
팔금도 섬 안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목소리마저 들리는 건너편의 이웃 섬
안좌도의 김환기 화백이 살던 고택에선
고구마 삶는 냄새가
아이들의 주린 배를 깨웠다
목포에서 장을 보고 통통배 타고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다 늦은 저녁
최하림 시인의 유년이
목포항 오가는 옛 뱃길처럼
가물가물 내다보였다
-《서로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문학세계사 2023
아침통화
-나태주
보고 싶다
밤새도록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
전화 걸면
조금쯤
가라앉는 마음
아 오늘도 잘 있구나
목소리가 밝고도
깨끗해서 좋구나
하루가 저절로
맑아지는 느낌
그래 너 거기서
평안하거라
나 여기서
새로 핀 붉은 꽃
한송이 본단다.
-《좋은 날 하자》, 샘터, 2023
또 Q&A 코너에서 인공지능 챗 GPT에게 "한국 현대시의 미래"를 묻고 그 답을 실었다. 흥미로워서 소개한다.
〈Q1. 한국 현대시의 미래는 어떨까요?
A. 한국 현대시의 미래는 매우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시 시인들은 지속적인 사회 변화와 기술 발전에 대응하면서도 새로운 시적 언어와 주제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가상공간이 현실 공간과 점차 융합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여 가상현실(VR)이나 인공지능(AI) 등의 개념이 시적 주제로 자주 다뤄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속 가능성과 다양성 등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주제가 시적으로 다루어지는 것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 파괴나 사회적 차이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긴 시들이 많이 작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언제나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 현대시의 미래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관찰이 필요합니다.〉
대개 과거의 이야기이고 미래는 단 두 줄인데 ‘더 많은 연구와 관찰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뻔한 이야기인데 왠지 한국시와 시인의 미래가 무척 밝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