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천만 당원의 나라, 팬덤 당원의 나라 : 월간조선

내년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당원 수는 줄고 정당 수는 느는 것이 정당정치의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한국의 사례는 정반대다. 당원 수는 폭증하고 상위 두 당의 독과점 구조는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행한《만들어진 당원: 우리는 어떻게 1천만 당원을 가진 나라가 되었나》에 담겨 있다.

당원 수가 폭증하면 정당정치는 좋아지고 있을까.

상식적으로 당원 수가 늘면 책임정치가 발전하고, 대중적 참여 기반이 안정화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 분열은 잦았고, 당의 풀뿌리 지역 조직에 참여하는 당원은 늘지 않았으며, 의원들은 매 선거 절반 정도가 바뀌는데도 평균 연령은 매우 늙은 국회의 유형에 해당한다. 심지어 정당 간 증오와 적대를 주고받는 양극화 정치가 심화되고 있다.

<표>한국의 당원 수 변화(단위 천 명)

연도	당원 수	인구수 대비 비율(%)	연도	당원 수	인구수 대비 비율(%)
2004	1955	4.0	2013	5298	10.1
2005	2692	5.5	2014	5246	10.2
2006	2930	6	2015	5837	11.3
2007	3760	7.6	2016	6102	11.8
2008	3878	7.8	2017	7508	14.5
2009	4123	8.3	2018	7826	15.1
2010	4791	9.5	2019	8658	16.7
2011	5102	10.4	2020	8771	16.9
2012	4782	9.4	2021	10429	20.2

자료= 중앙선관위

팬덤 당원의 나라

2021년 현재 정당 당원 수는 1042만 9000여명이다. 구체적으론 국민의힘 407만명, 더불어민주당 485만명이다. 이처럼 정당이 대규모 당원을 구성하는 3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가 당원 아닌 당원이다.

오래된 당원 명부에 있는 명단 가운데 당적 유지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누적시켜 온 당원들(이름뿐인 당원들)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당원에 가입된 사람들(자신이 당원인지 인지하고 있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두 번째는 매집된 당원이다.

공직 후보로 당내 경선에 나서려는 지인에 의해 권리당원/책임당원으로 동원된 사람들(지연이나 학연에 따른 참여)을 말한다.

직능단체를 매개로 동원된 사람들(종교단체, 노동조합, 체육계 등), 모집책 및 관리 책임자를 통해 당원과 대의원으로 구매된 사람들(지지 활동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으로 거래된 당원)도 많다.

세 번쨰는 지배하려는 당원이다.

대선 후보 내지 당 대표를 위해 입당한 최신 당원들(시도지부나 지역위에서 관리할 수 없는 당원들)을 말한다. 이들은 시도 지부가 아니라 중앙당이 자격 심사를 해서 입당시키는 당원들(온라인 중앙 당원)이 다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개딸들로 싱장되는 팬덤 리더에 충성하는 팬덤 당원들을 말한다.

온라인 ‘문빠’ 당원이 계기

팬덤 당원이 처음 주목된 것은 온라인 입당이 권장된 2016년 이후다. 이른바 ‘문빠’가 중심이 되어 10만 명 가까이 온라인 당원을 가입시킨 것이 계기가 되었다. 몇 년 전까지 민주당은 이들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대선과 이후 당 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이번에는 이재명 팬덤이 같은 방식을 이어갔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신규 당원이 짧은 시간 14만 명 증가했다. 팬덤 리더를 위해 정당을 어떻게 지배할 수 있는지를 팬덤 지지자들이 빠르게 익혀가고 있는 새로운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는 이준석 대표가 등장한 이후 같은 경향이 발전해오고 있다. 특히 책임당원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급증했다. 국민의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6월에서 9월 사이 당비 납부당원 26만 명이 늘었고, ‘2040’ 당원이 절반에 다가갔다. 책임당원은 23만 명이 되었고, 2022년 대선 때는 그 규모가 세 배 정도로 늘었다. 온라인 당원도 10만 명을 넘어섰고, 당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40만 명이 되었다. 이 정도면 국민의힘도 옛날의 당이 아니다.

2016~17년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후 탈당과 분당을 거듭하면서 국민의힘의 오랜 지역 조직은 무너졌고, 오래된 당원들의 충성심은 크게 약화되었다. 중앙 당직자나 당 활동가들 역시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고, 그래서 안정된 당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대형 교회 하나 정도가 움직여도 당은 휘청

분명 정당 내부보다 당 밖 여론을 주도하는 아웃사이더가 지배하는 정치, 정당 조직과 구성원들로부터의 신망보다 사나운 팬덤에 휘둘리는 정치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정당정치의 아웃사이더나 팬덤의 눈으로 볼 때, 정당은 쉬운 공략 대상이고 값싼 매물이다.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여론조사 50%와 책임당원 50%로 이루어지는 경선에서 승리하면 된다.

당 대표가 되려면 여론조사 30%와 책임당원 70%의 경선에서 승리하면 되었다. 지금은 당원 100% 경선이라 하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이 없다. 여론은 최대한 자극적인 이슈를 통해 움직일 수 있다. 책임당원 가입은 큰 비용이 안 든다.

대형 교회 하나 정도가 움직여도 당은 휘청거린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전 국민적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 공천권 폐지, 그리고 당원 중심 후보 경선”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무엇이 당원 폭증을 가능케 했을까. 3가지로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무분별한 개방형 경선이 가져온 부작용으로 ‘후보 간 권리·책임 당원 매집 경쟁’이다.

둘째,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중심이 된 ‘사인화된 정치의 심화’이다.

셋째, 정당의 조직과 이념, 가치, 정책을 발전시키는 길 대신, 여론 동원을 최대화해 선거에서 승리하고자 한 ‘단기적 개방 중심의 정당 운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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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지역 당원과 대의원이 중심이 되어야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국회미래연구원은 1) 대통령 중심의 인물 정치 대신 정당과 의회 중심의 민주 정치 2) 대중의 직접 정치보다 정당의 책임 정치 3) 급조된 팬덤 당원보다 오래된 지역 당원과 대의원이 중심이 된 풀뿌리 참여 정치를 제안한다.

또 제도적으로는, 1) 허수 당원, 유령 당원의 당적 정리 2) 당원 매집을 용이하게 하는 1천 원 당비의 증액 3) 중앙당에서 자격 심사해 입당시킬 수 있게 한 당규 개정 4) 이중 당적을 없애기 위한 선관위와 정당 조직국의 공동 조사 5) 지구당 부활과 풀뿌리 당원 참여 프로그램 개발 6) 무분별한 개방형 당내 경선제도 개선 6) 체계적인 당원 조사와 교육 7) 유급 사무원 수를 법으로 제한한 정당법의 개정 등을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