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북한 김정은(우). 사진=조선DB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및 핵실험 등으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공조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미국 정관계(政官界)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의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의회에서 대북 압박외교와 관련한 법안이 발의됐다.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비협조적인 국가들에 대해 미국이 외교관계를 격하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발의된 해당법안 ‘2017 효과적인 외교 촉진을 위한 영향력 법’(Leverage to Enhance Effective Diplomacy Act of 2017)은 공화당의 앤 와그너 의원이 주도했고 민주당의 캐롤린 멀로니 의원, 공화당의 마이크 갤러 의원이 공동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북한 고립에 협조하지 않는 국가 명단을 국무장관이 작성해 이들 국가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 공관수를 줄이도록 했다. 또 미국 본토 내 위치한 해당 국가의 외교 공관 수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해당 국가들에 대한 자국 원조도 줄이거나 끊을 수 있도록 했다. 북한과의 무역을 완전히 중단하는 ‘금수조치(禁輸措置)’를 뜻하는 내용 또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북 압박외교를 촉구하는 법안을 발의한 와그너 의원은 성명을 내고 “추가적인 세컨더리 보이콧, 제3자 제재를 가하고 동맹들과 협력해 김정은 정권을 고립시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강력하고 종합적인 대북 정책이 요구되는 때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미 하원 금융위원회 또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과 기업을 제재하는 내용의 제재법안을 심의했다. 이날 23개 법안을 심의하던 중 해당 대북 제재법 ‘2017 북한의 금융망 접근 방해법(H.R.3898)’을 제일 먼저 다뤘다. 심의 중 10명이 넘는 의원이 한 시간에 걸쳐 대북 제재와 관련한 의견을 내며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역대 가장 강력하고도 광범위한 대북 압박외교 조치라는 평이 많다. 북한과의 무역·투자·금융거래와 관련된 모든 개인과 기관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다. 섬유와 석유 등 모든 분야에서 수출입을 막고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을 저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젭 핸서링 하원 금융위원장은 “과거 미국의 대북 제재는 약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안이 법제화되면 북한에 대한 기존 유엔 제재와 미국 제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무기 개발을 어렵게 하고 금융 기관들에도 분명한 경고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이날 심의에 참여한 미 의원들은 법안에 대한 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공화당 소속 스티븐 피어스 의원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미국 정부가 엄격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미국은 더 이상 북한의 협박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박외교를 통한 대북제재’를 추진하는 법안이 심의되고 또 하나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11일.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애슈턴 카터 전 미국 국방장관의 대북 문제와 관련한 의미심장한 발언들도 함께 터져 나왔다.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자신은 북한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강경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경청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자신은 궁극적으로 미국과 전 세계를 위해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같은 날 카터 전 국방장관은 11일 미국 《WBU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강압외교’를 북한에 적용해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한다고 해서 옛 소련 시절의 안정된 상황을 맞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 김정은은 단순한 체제 존속 뿐 아니라 자국의 무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카터 전 장관은 “여기(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확실한 억제력과 방어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각 대북 압박 조치에 요구 조건을 연계시키는 ‘강압외교’ 전략을 시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북한에게 분명한 것은 미국 혹은 미국의 친구들과 동맹국들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북한에게)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북한의 패배로 끝날 것이라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전쟁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다짐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