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언론의 부실한 취재와 보도를 지적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4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를 공개했다. '뉴스타파'의 김성수 기자가 집필했다. 민실위는 “한국 사회가 더 이상 음모 따위로 비용을 치르지 않게 언론이 ‘거짓 없는 사실, 곧 진실’을 밝힐 때가 됐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보고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난 ▲세월호 외력 침몰 ▲세월호 AIS 항적 조작 ▲세월호 CCTV 관련 증거 조작·은폐 등의 의혹을 보도한 리포트 및 기사가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는지 짚어냈다.

'세월호 외력 침몰 의혹'

목포MBC는 2018년 8월 2일 <세월호 내부 변형 최초 확인..외력의 흔적?>이라는 리포트를 뉴스데스크 톱 기사로 냈다.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일부 변형이 발견됐는데 “‘뒤에서 앞으로 미는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보고서는 외력설이 "권영빈 선체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의 주장"이라며 "다른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교차검증을 거쳐 보도하는 것이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방송국의 2022년 4월 14일 <세월호 조타수 단독 인터뷰 “배 날개에 충격 있었다”>라는 리포트에서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전 세월호 조타수 조준기씨의 인터뷰를 실었다. 조씨는 해당 보도에서 “뭔가 잡아당기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조씨 인터뷰에 대해 "종국적으로는 법정에서도 아무 효력을 갖지 못했던 조씨의 사고 당시 주관적 느낌 진술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월호가 잠수함에 부딪혀 침몰했다는 의혹은 대한조선학회의 검증과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의 모형항주시험 최종보고서를 통해 기각됨으로써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면서 "두 전문 기관은 세월호 침몰의 근본적 원인은 극도로 취약했던 복원성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AIS 항적 조작 의혹'

한겨레신문은 2016년 1월 15일 <세월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한 이유는?>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세월호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전했다. 기사는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한 방송인 김어준씨와 다큐멘터리 감독 김지영씨 주장을 '세월호 AIS 항적 조작 의혹'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보고서는 "한겨레는 검증 취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며 "결국 김어준, 김지영 씨의 세월호 AIS 항적 조작 의혹은 ‘누군가 좌현 앵커를 고의로 투하시켜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는 황당한 가설로까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조사(2018), 검찰 특별수사단 수사(2021),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2022)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CCTV 관련 증거 조작·은폐 등의 의혹'

MBC ‘스트레이트’는 2019년 4월 15일자 방송에서 ‘세월호 참사 5년, CCTV마저 감췄나?’라는 주제로 방송을 내보냈다. 보고서는 이 방송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제기한 'DVR(세월호 선내 CCTV 영상 저장 장치) 바꿔치기 의혹'의 합리성을 검증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이 사참위 주장을 충실하게 해설해주는 데에만 그쳤다"고 비판했다.

KBS도 이튿날 뉴스에서 <세월호 DVR 수색 영상 입수…”사라진 20분, 수색영상도 조작됐다”>는 리포트를 냈다. 보고서는 "이 역시 사참위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만을 충실히 반영한 보도"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월호 CCTV와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검찰 특수단 수사, 특검 수사, 사참위 조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보고서는 “저널리즘 본령인 ‘사실 확인의 책무’가 지켜지지 않은 보도는 결과적으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진실’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보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지난 9년의 부족함을 극복하는 취재와 보도를 해낼 수 있을 것인지 스스로 물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