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학교(SIS·경기도 성남 소재)의 한 교직원이 학교 돈 220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 2월 경찰에 고발됐다. 이에 학부모들은 16일 학교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시위를 예고했다.

1973년 설립된 서울국제학교는 연간 학비가 4000만 원 이상 들어 이른바 '귀족 학교'로 불린다. 그럼에도 고소득, 전문직 부모 사이에선 인기가 높은 학교로 알려져 있다. 해외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서다.

2019년 이 학교 재무회계실장 이모씨는 두 차례에 걸쳐 220억 원을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홍콩 소재 젠투 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만기 1년짜리 파생결합신탁 상품에 투자했다. 그러나 젠투 펀드가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펀드 만기일이 지연됐고, 결국 2020년 환매 중단 사태가 벌여졌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듬해 학교측에 투자 원금의 40%인 88억 원을 미리 지급했지만, 학교는 나머지 132억 원을 허공으로 날릴 상황에 처했다. 

투자 과정에서 이사회의 심의‧의결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씨는 행정총괄처장 A씨의 결재를 받아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무관청인 성남교육지원청은 감사를 거쳐 이씨의 투자 행위가 업무상 횡령‧배임에 해당하며,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 2월 성남수정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씨는 현재까지 학교로부터 공식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이씨와 이 학교의 또다른 행정총괄처장 지모씨가 부부 관계라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학교를 지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이씨에 대한 학교의 책임있는 징계를 요구한다"면서 "오는 16일 학교 정문에서 학부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부모는 "등록금 납부 거부 및 등록금 반환을 위한 단체 행동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조만간 법적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 성남교육지원청의 감사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계속 거부당하고 있다"면서 "학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측은 이씨에 대한 징계 여부와 관련해 "2주 후 인사위원회가 열려 인사 조치 의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이씨는 현재 직무 정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이씨와 행정총괄처장 지씨가 특수 관계인 점을 고려해 인사위원회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의 투자 행위가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학교측은 "이사회의 의결 기능은 학교 예산에 대한 것이 전부"라면서 "(이씨가 한) 특정금전신탁 가입 등은 이사회의 승인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학교측은 "주무관청의 감사로 혼란을 유발한 점에 대해 학부모님들과 관계자들께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빠른 안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