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뜬금없이  '민영화'를 언급했다. 지금 자신 관련 각종 '사법 리스크', 더불어민주당의 '쩐당대회' 의혹 등 당내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현재 그 어떤 계획도 없고, 추진된 일도 없는 '민영화'를 얘기하며 윤석열 정부를 공격했다. 

이재명 대표는 22일, '국가가 국민의 삶을 포기한다면..그리스가 보여준 민영화의 미래'란 제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조금 늦게 먼 나라 그리스의 소식을 접했다"며 "무려 57명의 안타까운 희생자를 낸 열차 사고를 두고 '철도 민영화가 참사 원인'이라며 분노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반정부 시위로까지 확산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그리스 열차 사고'는 지난 2월 28일 오후 11시 21분(현지 시각)쯤 그리스 테살리아주(州) 라리사 인근에서 일어난 열차 충돌 사고를 말한다. 우리나라 시각이 그리스보다 6시간 앞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사고는 우리 시각으로 3월 1일 오전 5시 21분경에 일어났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약 50일 전에 발생한 외국의 사고를 갑자기 언급했다.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3월 1일부터 4월 21일까지 해당 사고와 관련해서 국내 언론 매체가 최소 500건 이상 기사를 보도했는데, 이 대표는 그때 뭘 하고 있다가 지금 와서 '그리스 열차 충돌 사고'를 얘기하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안전사회'를 내걸고, "후쿠시마 오염수로부터 수산물 안전과 국민 생명을 지키겠습니다" 등  30개 세부 공약을 제시했다. 또 지난해 10월, 이태원 압사 사고 발생 이후에는 "국민의 고통과 생명,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과 국민의 피눈물, 여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권이면 패륜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그만큼 '국민 생명 안전'을 강조했던, 이 대표가 57명이 사망한 열차 사고, 국내 언론 매체가 약 두달 동안 500건 이상의 기사를 보도한 참사를 이제서야 알았다고 하는 것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가 돌연 해당 사고를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언제 민영화를 할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한 마디로 '뜬금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표는 상기 페이스북 글을 통해 "철도, 의료, 항공, 전력 같은 기반시설과 공공서비스의 민영화가 국민 부담을 증대시킨다는 것은 이미 세계사적 경험에 따라 입증된 사실"이라며 "비용 절감과 이윤 확대가 제1원칙으로 자리 잡으면, 요금은 올라가지만, 관리인력은 부족해지고, 자연스레 시민 안전을 등한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또 "취임 직후 민영화의 야욕을 드러냈던 집권여당은 국민의 반발에 최근 '민영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민영화가 보수정부의 DNA인 만큼 지분 매각, 민간위탁, 공공기관 혁신 등의 탈을 쓴 채 언제 민영화의 씨앗을 뿌릴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이 대표의 '추측'에 불과하다. 

민영화가 '만악의 근원'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윤석열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보수 정부는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몰아가면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논리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리스 열차 충돌 사고의 원인이 '민영화'라고, 그 '민영화'를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한 번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 철도 민영화는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서 국가경제 기반을 허물고,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며 재정을 흥청망청 쓰고, '통계 조작'을 통해 국민과 국제사회가 그리스 경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게 한 '무능 불량 정권'이 초래한 '경제위기' 이후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유자산을 매각하면서 '민영화'됐다. 

이재명 대표는 '민영화는 보수정부의 DNA' 운운하기에 앞서 집값을 폭등하게 만들고, 온갖 대중영합 정책으로 국가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통계 조작이 이뤄졌다는 정황이 드러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고, 또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