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에 있을 차기 총선 공천 규정을 사실상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는 21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을 의결했다. 해당 규정은 권리당원 투표와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5월 8일에 최종적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총선 공천 규정을 마련하면서 2019년에 시행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보다 '도덕성' 부문에서 심사기준 또는 '부적격자 분류 기준'을 강화했다. 

부적격자 심사 기준의 경우 음주운전, 성비위, 아동학대, 직장내 괴롭힘·갑질, 학교폭력, 투기성 다주택자 등의 기준이 추가하거나 강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위 '사법 리스크'와 함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등으로 전 대표 송영길씨와 당내 다수 의원들이 의심을 받는 와중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도덕성'을 강조한 셈이다.   

특히 '음주운전'의 경우 20대 총선 때는 '15년 이내 3회' 또는 '10년 이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이력이 있는 자는 '부적격'으로 처리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예외 없이 부적격 처리'로 강화했다.  

즉, 이재명 대표가 의장인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의결한 차기 총선 규정에 따르면 그 누구든 과거 언제든지 음주운전을 한 전력이 있는 자는 '일반적 규칙이나 정례에서 벗어나는 일(예외)'이 없이 공직후보자로 추천되거나 추천 심사 신청을 할 '자격' 자체가 없는 자로 분류된다는 얘기다. 

요약하면, 음주운전을 한 자는 그 누구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셈인데, 이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 역시 내년 총선 때 '공직후보자 추천'을 받을 수 없는 '부적격자'에 해당한다.  이 대표는 2004년 당시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158%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그는 벌금형(150만원)을 받아, 전과를 추가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규정'을 '원칙'대로 적용한다면,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이재명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직후보자로 나설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정말 내년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수 없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의 기존 규정을 보면, 강화된 '도덕성' 기준 아래에서도 정치적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총선 당시 시행한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 제11조 2항은 "최고위원회가 의결한 인사는 (부적격) 심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즉, 이재명 대표가 장악한, 이 대표를 따르는 소위 '친명계'가 다수인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을 '부적격 심사 예외'로 의결할 경우, '음주운전 전과자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 공직후보자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살핀 것처럼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의결한 규정에 따르면 음주운전자는 '예외 없이' 부적격 처리한다고 했는데, 이재명 대표를 '예외'로 만드는 작업을 최고위원회가 추진한다면, 그야말로 '양두구육'이란 비판이 쇄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다른 이들에게는 '도덕성' 운운하며 '부적격 기준'을 강화하고, '이재명'은 '예외'로 둔다면 당내에서도 '불공정'이란 불만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조차 '이재명 방탄'을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런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을 목도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판단' '선택' '결정'을 내릴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