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 공작으로 ‘미인계 의혹’이 불거져 국내 언론 등으로부터 당사자로 지목된 저우위보(周玉波·주옥파)가 이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재판장 송승우)는 지난 1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망⟫의 한국 지사(피플닷컴 코리아)와 대표 저우위보가 국내 언론 및 유튜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앞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재임 시절 ‘강원도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전국 각 지자체에서 중국 관련 대규모 행사들이 빈번하게 개최된 데 대해 국내 언론 등이 저우위보가 간첩 활동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해당 보도엔 “저우위보가 양양국제공항을 중국 중소도시에 소개해 주는 등 최문순 당시 지사의 환심을 사서 2014년 명예 강원도지사에 위촉됐다”는 내용이 있다. 이외에도 외신 대표치곤 국내 정‧관계 인사와 밀접하게 교류한 정황들이 상당수 들어있다.

이외에도 ▲저우위보가 의도적으로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에게 접근해 환심을 사고 친중 행보를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국내에서 중국을 위한 간첩활동을 한다는 의혹 ▲간첩 활동을 하면서 여성성을 이용했다는 의혹 ▲피플닷컴 코리아가 실제가 불투명한 유령회사라는 의혹들이 보도됐다.

그러자 저우위보 대표는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관련 보도를 한 언론과 유튜버 등을 상대로 1억원씩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저우위보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 보도가 비판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다는 등의 주관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이러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정한 다음 그 표현행위자로 하여금 사실의 적시에 관한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문제가 되는 저우위보 대표의 간첩 의혹과 관련해서는, 저우 대표를 간첩이라고 명시적으로 지목하지 않으면서도 저우 대표의 행적이 간첩활동으로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저우위보와 그의 회사)의 활동이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간첩활동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면서 “사정을 보태어 보면 국내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향력이 커지는데 반감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원고들의 활동이 간첩활동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간첩활동은 그 밀행성으로 인하여 증거에 의한 입증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첩보기관 등 소수의 집단을 제외하고는 그에 관한 증거수집이 사실상 매우 어려운 영역”이라면서 “세계 각국은 자국 첩보원의 국외 활동을 통하여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므로, 설령 자국 첩보기관 등이 외국 간첩의 활동을 인지하더라도 그 정도와 해당 외국과의 외교적 관계 등을 고려하여 관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 활동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