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묘가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으로 이장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3일 그의 부인 강난희씨가 박 전 시장의 묘를 찾았다. 그는 기도를 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어 묘 근처를 정리하더니, “꽃이라도 들고 올 걸 꽃도 못 들고 왔네”라고 되뇌었다. 근처엔 기자 외에 아무도 없었다. 기자를 본 강씨는 "와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이날 한참을 서있던 강씨는 묘지가 문을 닫는 네 시 반이 되어서야 밖으로 향했다. 그리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포장해갔다. 카페 주인은 “어저께도 (강씨가) 왔다”며 “반대가 심해서 저번에 아침 일곱 시에 얼른 이장하고 갔다”고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앞서 2020년 7월 여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피소되자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의 묘는 그의 고향 경상남도 창녕의 선영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듬해 한 남성이 박 전 시장의 묘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져 유족이 이장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묘를 옮길 장소가 수많은 민주열사들이 잠든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이라는 게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모란공원은 전태열 열사와 그의 어머니, 박종철 열사 등 150여 명의 열사와 희생자들의 묘가 있는 곳이다.

성추문으로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을 그곳에 이장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특히 여성 단체와 정치권 등 각계에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선 “성폭력 문제 제기 이후 훼손된 '명예'의 복구를 민주진보의 이름으로 실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3일 기준, 108개 단체가 연대의 뜻을 밝혔다.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본 상식이나 가치의 문제에 반(反)한다”며 “공동체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리인 입장에서 의견을 내는 건 적절치 않다”며 "피해자가 아닌 공동체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모란공원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이러한 논란에 대해 물었더니 관계자는 “이곳은 사설 묘지라서 누구나 올 수 있다”며 “사자(死者)는 다 똑같이 대한다”고 했다.

전태일 열사의 뒤에 자리를 잡은 데 대해선 “남는 자리나 자동 배정한 자리를 유족이 수락하면 묘를 만들게 된다”며 “다른 사람의 경우와 똑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란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정치인과 시민단체, 노동 단체들이 많다고 한다. 그는 “어떨 땐 400명씩 온다”며 “이럴 땐 근처 아파트 단지에서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묘지 이장 후 기일 등 관련 행사 때마다 지지층이 이곳으로 모일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