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의 개척자 염상섭(廉想涉, 1897~1963)의 장편소설 《삼대(三代)》가 새로운 판본으로 재출간됐다. 

《삼대》는 한국현대문학의 귀중한 보고(寶庫)로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총 215회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다.

이후 1947~48년 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에서 상하권 단행본으로 간행된 것을 시작으로 1950년대 민중서관의 《한국문학전집》, 1993년 창작과비평, 2004년 문학과지성사 등지에서 여러 차례 출간되었다. 

 ‘지만지’ 《삼대》. 사진=조선DB

이번에 재출간된 《삼대》는 커뮤니케이션북스의 인문 출판 브랜드인 ‘지만지한국문학’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출간된 6종(種) 단행본과 을유문화사 초판본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5000여 곳의 차이를 확인했다고 한다. 꼼꼼한 대조 후 가장 ‘정본’에 충실한 《삼대》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지만지’ 《삼대》에는 신문 연재 당시 실렸던 석영(夕影) 안석주(安碩柱, 1901~1950) 선생의 삽화 171점을 담았다. 1930년대 가장 촉망받던 문필가이자 화가,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이 안석주였다.

왼쪽부터 석영의 《삼대》 삽화 중 한 장면, 석영 안석주, 석영의 따님 안희숙 교수.

석영의 따님이신 안희숙(安熙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만지’ 《삼대》를 직접 보내왔다. 출판사에서 증정(贈呈) 받은 귀한 책이었다. 안 교수는 “《삼대》를 통해 아버님을 느끼게 된다”며 “90년 전 경성을 무대로 펼쳐지는 소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아버님의 그림이 훌륭한 매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만지 출판사 측은 “1931년대 발생된 신문의 낮은 해상도 탓에 두르러진 망점, 거친 프린트, 보관 시 접힌 부분 등이 그대로 살아 있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만지’ 《삼대》는 석영의 삽화와 더불어 풍부한 문헌적 자료와 이미지 자료를 더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과 풍경 중 53개의 실제 사진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수록했다.

16개의 경성 부분 지도에 정치적 지리적 공간 지표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1930년대 경성이라는 식민지 수도의 공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지만지’ 《삼대》에 실린 경성 지도. 

예컨대 본정(충무로), 황금정(을지로), 북미창정(북창동), 태평통(태평로) 등의 지리적 공간과 조선 신궁, 조선 총독부, 조선은행, 경성우편국, 조선 박람회장 등의 정치적 공간을 곁텍스트와 이미지를 통해 가깝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

《삼대》는 1930년대 경성의 보수적 중간계층 집안의 이념과, 그 이념에 바탕한 재산지키기가 중심 내용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 간 선인과 악인의 대결이 뼈대이지만 인간 욕망의 한판 승부를 담고 있다. 

지만지 출판사 관계자는 “《삼대》는 1930년대 경기도 언어의 보고라고 일컬어진다. 많은 한자어, 사투리,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들이 들어 있고, 설명이 필요한 인명, 지명, 사물명 등도 많다. 이에 대해 상세하고 정확한 주석을 붙이고 전문가가 감수(총 838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