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조합원(MZ세대)을 주축으로 한 노조협의체,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이하 새로고침)'가 근로시간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정부와 입장 차를 보였다.

현재 서울교통공사, LG전자 등 8개 기업 노조가 가입된 새로고침은 9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를 반대한다"며 "협의회 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기존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할 경우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넓힐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은 최대 69시간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일부는 근로 형태에 따라 '주 80.5시간 근무까지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새로고침은 이날 "주요 선진국들에 비견하여 근로시간이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볼 때 일률적으로 해외 입법례를 모방·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의 근거로 든 '선진국 기준'이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어 주요 선진국들의 법정 근로시간을 제시하며 "우리나라에 상대적으로 많은 공휴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진국들과 비견해 평균 근로시간이 더 많은 이유는 우선 연장근로 상한이 높고, 더불어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서 연장근로가 빈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국제 사회 노동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새로고침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공휴일이 1년에 총 16일로 우리보다 하루 더 많지만 법정 근로시간은 연장근로를 포함해 두 시간 더 적다. 일본 현지에서 미쓰비시 중공업에 근무하는 김모씨(28)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 회사 근무시간은 주 40시간, 초과 근무는 보통 많아야 한 달에 40시간"이라고 했다. 또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법이 엄격해서 이러한 기준을 철저히 지킨다"고도 했다.

한편 새로고침은 탈(脫)정치, 투명한 회계 공개 등을 내걸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과 발을 맞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양대 노총의 '노동과 관계없는 정치활동'을 비판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한 시각이 많았던 것이다.

일각에선 새로고침의 이러한 입장 표명이 정부의 노동 개혁과 엇박자를 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LG전자에서 근무하는 유준환(32) 새로고침 의장은 이날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서로 맞춰 나간다면 반대되는 입장이라고 해도 그게 대화 단절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해 조율이 될 수도, 당연히 안 될 수도 있지만 반대라고 해서 정부와 척을 진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보도자료에 대해 정부에서 특별히 입장을 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유 의장은 "(새로고침이) 연장 근로 확대에 반대 의견을 갖고 있던 건 (정부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제가 2주 전 노동부 토론회에 참석해서 이 안에 대해 강한 반대 의견을 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