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준 MBC 신임 사장 내정자에 대한 비리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관련자들의 투서가 잇따르고 있다. MBC 노동조합(제3노조)은 2월 22일 성명을 내고 “안형준 MBC 사장 내정자가 수년 전 거액의 벤처기업 주식을 공짜로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해당 제보는 이번 주 초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전달됐다고 한다.

방문진에 들어간 제보에 따르면 안 내정자는 2013년 영상 제작업체 A사에 주식 대금을 내지 않고 주요 주주로 등재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증여세 탈루가 문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그의 지분은 9.9%였다고 한다. 제보자 김 모씨의 투서에 의하면 "2017년 MBC 측에 이미 해당 내용으로 진정서를 넣었지만 감사국에서 무마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 투서에서 안 내정자와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선후배 관계라며 지난 30여 년간 교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드라마 PD 곽 모씨는 ‘문제가 된 안 사장 내정자의 주식은 내 것’이라며 사실 확인서를 MBC 측에 제출했다. 곽 모씨는 자신의 A사 주식을 안 사장의 명의로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A사가 곽씨가 몸 담고 있던 회사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의 프리비전 기술 외주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 내정자가, 곽씨가 이해충돌 문제에 걸리는 걸 명의를 빌려줘 숨겨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곽씨 역시 안 내정자와 서울대 동문으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다만 그는 사업 과정에서 안 내정자와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안 내정자는 급한 김에 고교 동문에게 부탁해 혐의를 벗어나려 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더 큰 범죄를 실토한 셈이 되었다"면서 "만약 거액의 주식을 공짜로 받은 사람이 안형준 내정자였다면, 해당 행위는 증여세 탈루 정도겠지만 KBS PD의 억대 배임수재를 숨겨준 것이라면 안 내정자는 중범죄의 공범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의혹 당사자와 제보자, 관련자 모두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출신으로 동문인데, 왜 김씨는 오래 알고 지낸 안 사장 내정자의 의혹을 제보했으며 정작 안 내정자와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주장한  곽씨는 어째서 안 사장을 위해 사실 확인서를 제출했을까. 

방문진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씨는 (안 사장과) 최종 결선에서 맞붙었던 허태정 후보의 부산고등학교 선배”라며 “허 후보가 부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안 사장과 곽씨는 경복고, 김씨와 허 후보는 부산고 출신이다. 본지는 사실 확인을 위해 김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MBC 대표이사 선임절차에 최종 2인 후보로 올랐다가 탈락했던 허태정 후보는 2월24일  MBC 사내게시판에 “방문진의 MBC 사장 공모절차의 심각한 불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허 후보는 “사실확인이 가능한 시간이 있었고 제보자가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제보였음에도 방문진이 의혹을 규명하지 않은채 최종면접을 진행했고 최종면접은 매우 편파적이어서 면접의 결과가 이미 예상이 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허태정 후보는  “낙마가 예상되는 사장을 임명하여 이번 사장공모절차를 무효화하고 재공모를 하고자 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 추천 이사들이 새 판을 짜고 싶어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이제 박성제 사장의 영업이익 허위기재와 위법논란이 제기된 시민평가단 도입에 이어, 안형준 후보에 대한 배임수재 의혹 묵살까지 방송문화진흥회는 공정한 공영방송 사장선임절차를 수행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다"면서 방문진 이사들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