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이 없었다면 한국의 전통은 얼마나 초라해 보일까. 서울의 한중간을 지키는 궁궐과 명산마다 자리한 사찰들은 한국인의 심성에 안정감을 깔아준다.

한옥을 ‘대목장’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열고 있는 특별기획전 《한옥관조(韓屋觀照)》다. 대목장 이수자인 반광천의 사진 작품과 조각 오브제를 선보인다.

《한옥관조(韓屋觀照)》 전시는 한옥 장인의 전통적인 역할을 재조명하며, 자연과 닮아있는 한옥의 조형미를 주목해 선보이는 자리다. 한옥 조형미를 극대화한 흑백 사진 23점과 기둥 12주, 전통 창호를 전시한다.

‘대목장’은 전통 한옥을 지을 때 설계와 시공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장인을 말한다. 문짝, 난간 등 소규모의 목공일을 맡아 하는 소목장과 구분되는 명칭이다. 현대로 치면 건축가다.

198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전승되고 있다. 2010년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었다.

반광천 작가는 사진 찍는 대목수다. 전통 가옥과 사찰 등을 지으면서 틈틈히 한옥의 순간들을 사진에 담는다.

전시장 중앙에는 반 작가가 조각한 베흘림기둥이 자리하고 있다. 배흘림기둥은 기둥의 중심부를 상·하부보다 두꺼운 형태의 기둥이다. 베흘림기둥이 한반도에서 쓰인 이유를 두고서는 여러 주장이 있다. 일자 형태의 기둥을 멀리서 보면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듯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보정하기 위해 쓰였다는 설명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주장이다. 한반도의 건축 특성상 보정은 필요없었다는 반론도 있다.

《한옥관조(韓屋觀照)》 전시장 내부. 반 작가가 조각한 베흘림기둥

반 작가의 조각 오브제는 ‘8각-16각-32각-배흘림’으로 구성된 배흘림기둥의 제작 단계를 잘 보여준다. 벽면에는 반 작가가 포착한 한옥의 찰나가 전시되어 있다. 한옥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볼 수 있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아니었다면 만나기 힘든 독특한 전시다. 입장은 무료, 전시는 3월 19일까지 열린다.

글=하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