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시내 모 중식당이 돌연 폐업했다. ‘동방명주’와는 다른 곳이다. 서초구 한 주택가에서 수년 간 영업하던 곳이 하룻밤 새 문을 닫은 것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또 다른 비밀경찰서’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이 중식당을 찾은 국정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국정원) 후배들과 몇 차례 들러 식사를 해보고 ‘중공의 드보크(Dvoke‧간첩장비 비밀 매설지)’로 의심하던 곳이었는데, 비밀경찰서 논란이 일고 난 후 가봤더니 폐업한 상태였다”고 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이 중식당 운영자와 종업원은 모두 중국인들로, 붉은색 인테리어로 꾸며진 내부에는 마오쩌둥과 시진핑의 사진들도 걸려 있었다고 한다. 이 인사는 “이날 이곳 건물주와 만나 얘기를 해보니 ‘당일 낮까지도 정상 영업을 하다 간밤에 집기 일체와 간판까지 떼고 야반도주를 했다’고 말했다”면서 “정상적인 식당 폐업이라면 임대인에게 통보 후 보증금 회수는 필수인데, 건물주에 따르면 이 식당은 보증금도 돌려받지 않았다.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4일. 중식당이 있던 자리는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유리창에는 ‘임대’ 전단이 붙어 있었다. 자세한 사정을 묻기 위해 건물주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조심스러운 듯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알고 있는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했다. 

국정원 간부 출신 인사는 “공작 업무 종료 시, 혹은 정보기관의 철수 시에는 원래 종이 한 장도 남기지 않도록 한다”면서 “보증금도 회수하지 않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야밤에 숟가락 하나 남기지 않고 정리한 방식과 ‘동방명주’ 사건 직후라는 시점 등으로 미뤄봤을 때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수면으로 떠오른 중국 비밀경찰서는 한 곳뿐이다. 

지난해 말 스페인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 공안 당국이 최소 53국에서 102곳 이상의 비밀경찰서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인 반체제 인사들 강제 소환과 정보 수집이 주목적이다. 이 단체는 “독자적인 치안 체계를 구축해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에 반하는 이들을 탄압하려는 목적”이라며 “밝혀진 시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53국 중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연말 우리 정부도 실태 파악에 착수했고 한강변에 있는 ‘동방명주’라는 중식당을 비밀경찰서로 지목했다. 이후 동방명주는 문을 닫았고, 식당 운영자 왕하이쥔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2014년부터 전 세계 최소 21만명 이상의 반체제 인사가 불법적 과정으로 본토로 송환됐다고 봤다. 지난 1월 7일 중국의 인권변호사 겸 학자인 텅뱌오(Tengbiao)씨는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송환된 사람들은 임의적으로 구금되고 심한 고문을 당한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며 “중국에서는 고문, 임의구금, 불공정 재판이 상당히 조직적이고 만연하다”고 했다. 

한편 시민단체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공실본)’과 ‘CCP(중공)아웃’은 비밀경찰서 피해자 신고 접수를 받고 있다. 두 단체는 지난 2월 1일 대림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방명주’ 이외의 비밀경찰서와 피해자 사례를 받겠다며 이메일 주소(xiccpout@gmail.com)를 공개했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