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리 책임자로서 몇 가지 요청을 드립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친윤’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계파’의 연원에 대해 얘기하면서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 그룹인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를 언급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들은) 보스 대신 감옥 가고, 집 팔고, 논 팔아서 보스의 정치자금을 지원하고, 아스팔트에서 함께 나뒹굴었다”며 “정치적 계파는 거기까지였다”고 규정했다. 즉, ‘계파’란 정치적 공동체로서 산전수전을 함께 치르며 형성된 동지의식이 필수적인 ‘정치적 공동체’란 주장인 셈이다. 

물론 상도동계, 동교동계 식으로 ‘정치적 카르텔’을 형성하고, 몰려다니는 행태는 긍정적일 수 없다. 그럼에도 최소한 그들이 자신들 수장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개인적인 고난을 감수했다는 측면에서는 인정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진 권력과 인기에 기생하며 정치적 이익을 취하며 과거 ‘친이’ ‘친박’을 자처했던 자들은 어땠는가. 두 전직 대통령이 ‘고난’을 겪을 때 그들은 어떤 행태를 보였는가. 이들은 애초부터 ‘친이’ ‘친박’을 자처할 자격이 없는 자들이었다. 

‘공동체 의식’이 없기 때문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게 특기인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보스가 힘이 약해지는 순간, 기대이익이 감소하는 순간, 다른 이익을 찾아 이합집산했다. 정상배(政商輩)적 행태를 보였다는 얘기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탄핵 역풍’이 불 때 ‘친노’를 자처하며 국회의원직을 차지했던 소위 ‘탄돌이’도 이 같은 행태를 보였다.

즉, 현재 ‘친윤’을 자처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게 오히려 대통령 국정수행과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껏 그들의 언행 때문에 막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국정수행 동력을 잃은 게 한 두번이 아니다. 

많게는 국회의원을 4번, 적게는 2번씩이나 했으면서도 지금까지 ‘정치인’으로서 국민에게 그 어떤 뚜렷한 인상을 남긴 바 없고, 의정 활동을 하면서 객관적으로 내세울 만한 업적이 있다고 보기 쉽지 않은 이들이 단순히 대통령의 정치 입문 과정을 돕고, 대선 당시 측근에서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윤’을 자처하며 ‘실세’ 행세를 하는 걸 긍정적으로 평가할 국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들이 ‘대한민국의 대변화' '대한민국의 재도약'이란 윤석열 정부의 목표를 이루는 데 별다른 기여를 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당원들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국민의힘 당 대표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다. 

지금까지 ‘친윤 실세’를 자처했던 자들은 그 명단에 없다. 한때 ‘친윤 좌장’이라고 불렸던 권성동 의원의 경우에는 2%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이게 바로 당원들의 객관적인 평가인 셈이다. 

그간 국민에게 능력도, '정치 지도자' 자격도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친윤’을 자처하며 권세를 휘두르는 것은 그야말로 ‘호가호위(狐假虎威)’란 비판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들은 과연 ‘친윤'인가, '반윤'인가.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