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주최자 불명의 다중운집 행사에 관한 광역자치단체장의 책무를 규정한 조례 제정안에 대해 심의를 하지 않고 소위 ‘패싱’했다.  

고준호 경기도의회 의원은 11월 30일, ‘이태원 압사 사고’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경기도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의 골자는 옥외·옥내 등 장소에 관계없이 다수의 인파가 몰리는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도지사의 안전관리 책무다중운집 행사 관련 경기도와 경기 남·북부 경찰청의 각종 사전조치와 현장 대응 사고발생시 대처사항 등에 관한 규정이다. 

고준호 도의원은 “현행 경기도 자치법규에서는 다중운집 행사의 안전관리에 있어 주최자가 있는 경우에만 경기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어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다중운집 행사에 대하여 적용할 수 있는 자치법규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주최자가 불명확한 다중운집 행사에서의 사고 예방 및 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제안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가 8일 개최된 회의에서 심의에서 상기 조례안은 배제하고, 해당 상임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옥외행사의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 전부 개정안’만을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자영 도의원은 11월 30일, 해당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이태원 사고’를 계기로 주최자 불명의 다중운집 행사의 안전 관리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어, 고준호 도의원에 대표발의한 내용과 일부 유사하다. 하지만 “경기도 지역에서 열리는 옥외행사의 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할 뿐, 옥내 행사의 안전 관리에 대한 규정은 없다. 

경기도 안전행정위원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고준호 도의원은 “‘도민 안전’보다는 ‘상임위원회 우선주의’에 매몰된 처사”라고 반발했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인 고준호 도의원은 “안전행정위원회는 이번 조례안 심의 배제와 관련해 어떤 사전협의나 조율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며 “유사내용의 조례안이 동시에 발의된 경우 심의를 맡은 소관 상임위원회는 최소한 ‘병합 처리’를 고려하는 게 상식이지만, 상임위원회의 ‘제 식구 챙기기’ 논리에만 치중해 심의 안건 선별에 중요한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의회가 얘기하는 의안의 일반적인 심의 절차에 따르면, 도의원 10명 이상이 형식 요건을 갖춰 의장에게 제출된 의안은 소관 상임위에 회부돼 제안자의 설명 전문위원 검토보고 질의답변 찬반토론 표결 순으로 진행되는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고준호 도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도의원 20명이 공동발의한 ‘경기도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안’의 경우에는 이 같은 심의 절차에서 배제됐다. 

이와 관련, 고준호 도의원은 “해당 조처와 관련해서 대표발의자와 사전협의조차 없었다”며 “정말 도민들을 위한다면 발의 의원이 속한 상임위원회가 아닌 조례안에 담긴 내용의 완성도가 심의에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더욱이 사회재난 발생은 ‘옥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며 “옥외와 옥내 모두를 아우른 행사 안전 규정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조례안을 마련했는데, 일방적으로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 점이 무척 유감스럽다”고 토로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