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진=조선DB
국가정보원(원장 김규현)은 최근 문재인 정권 시절 대북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들을 배제하고, 그 시절 찬밥신세였던 대공·첩보 분야 인사들을 중용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2·3급 고위 간부 100여명이 보직을 받지 못하고 교육기관에 입소하거나 지원업무에 종사하게 됐다. 국정원은 지난 9월 초에도 문재인 정권 시절 임명되었던 1급 간부 20여명을 전원 내보내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국정원장이었던 박지원씨는 “내가 국정원장을 한 게 죄”라며 “왜 국정원장을 했는지 진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40~50대 유능한 공무원들이 무슨 죄냐”며 “그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보복이 있어서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1급 부서장 27명을 (국정원이) 6개월 전에 전원 해고했다”면서 “(1·2·3급을 다 잘라내면) 나는 심각한 안보 공백이 온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지원씨의 말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정보기관이 흔들리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국가정보기관을 흔드는 나쁜 전례를 만든 것은 박지원씨가 몸담았던 김대중 정권이었다.
김대중 정권은 출범 직후인 1998년 4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대한 ‘1차 쇄신’을 단행했다. 부이사관급 140명을 포함, 서기관급 이상 581명이 숙정되었다. 비슷한 시기 대공경찰 2500명, 기무사 요원 600여 명, 공안검사 40여 명도 옷을 벗었다. 그해 12월에는 300명이 명퇴당하는 ‘2차 쇄신’이 있었다. 대북공작국과 대공수사국이 없어졌지만 면직되진 않아 ‘일 없이 남은 직원’ 들이 안기부를 떠났다.
이들이 비운 자리는 특정지역 출신들이 많이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1월 안기부는 국가정보원으로 개칭했다. 이런 숙정을 자행한 이들은 이종찬 원장과 정치인 출신 이강래 기획조정실장이었다. 해직자들은 '국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국사모)'을 만들어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싸웠고, 이들 중 21명이 2003년 9월 면직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
김대중 정권의 국정원 장악이 대북 휴민트의 붕괴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있다. 2001년 탈북한 북한군 상좌(대령과 중령 사이의 계급) 출신인 김유송씨는 김대중 정권이 출범한 후인 1998년 10월 교도훈련지도총국장 임태영 상장(한국군 중장), 총참모부 2전투훈련국장 우명훈 중장(한국군 소장), 64저격여단 이상일 소장, 안피득 총참모부 부참모장 등이 보위부에 체포되었으며, 자신은 보위부 지도원으로부터 “남한 정권이 북한 사람을 고용했던 자료를 북조선에 넘겨줘서 잡은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중앙선데이> 2011.12.25).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엄청난 ‘안보공백’이 초래된 것이다.
김대중 정권 내내 정권의 핵심에 있었던 박지원씨가 김대중 정권이 저질렀던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대량 숙정을 외면하고 이제 와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원 물갈이 인사를 비판하며 '안보공백'운운하는 것은 또 하나의 '내로남불'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