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야성향 신생 인터넷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공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한 만큼 법적 책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언론 민들레’라는 매체는 14일 홈페이지에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게재했다. 이날까지 집계된 158명의 희생자 가운데 155명의 실명이 가나다 순으로 실렸다.  

명단은 유튜브채널 '더탐사'가 공개한 것이다.  매체는 "시민언론 더탐사와의 협업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을 공개한다"며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주장했다.

민들레와 함께 유튜브 채널 '더탐사'도 명단을 공개했다. 더탐사는 친야성향으로 최근 '청담동 술자리의혹'을 제기한 바 있고, 민들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해 만든 신생 매체로 둘 다 친야성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유족 동의 없이 임의로 공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민들레 측은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유가족협의체가 없어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매체는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명단이 정부 차원에서 확인된 것이 아니어서 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을 어긴 것으로, 언론의 자유로 포장될 수 없다. 유족의 동의 없는 게재도 위법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회 의원은 명단 공개에 대해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라고 규정짓고 "명단을 유출한 성명불상 기관 관계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건 자유의 영역이 아닌 폭력이고 유족의 권리마저 빼앗은 무도한 행태"라며 "명단공개라는 행태를 설계하고 지금은 온라인 매체 뒤에 숨어 방조하는 민주당도 공범"이라고 했다.

한편 매체는 비난이 폭주하자 공개 하루 후 명단 중 상당수의 이름을 이름 없이 성만 공개된 익명으로 전환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