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처럼 무겁고 조용하게 행동하라"고 주문한 이준석 : 월간조선

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씨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느 누구도 탈당하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라고 쓰고,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靜重如山)’이란 문구를 올렸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첫 출전에 앞서 장병에게 한 주문이다.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산처럼 무겁고 조용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이는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자신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 이란 추가 징계를 내린 이후 이씨가 내놓은 첫 입장인데, 여러모로 이씨가 자초한 상황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먼저 이준석씨는 마치 자신에 대한 징계에 불만을 품은 일단의 무리가 국민의힘을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듯이 “어느 누구도 탈당하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민의힘 의원 중 탈당 의사를 밝히거나 그런 움직임을 보인 이는 없다. 언론에서 소위 ‘친이준석계’라고 분류하는 이들조차도 ‘탈당’에 대한 말이 없다. 일반 당원 중에서 이씨에 대한 징계에 불만을 품고, 탈당할 이도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이씨가 공개적으로 만류할 정도로 '이준석 지지' 당원들의 아주 작은 집단 탈당 움직임이라도 있었다면, '친이준석계'라고 분류되는 이들이 이를 언급했을 것이다. 이미 언론도 이를 포착해 기사화 했을 것이다. 그런데지금까지 그런 내용을 보도한 기사는 찾기 힘들다.

또한 이준석씨는 정체불명의 대상을 향해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산처럼 무겁고 조용하게 행동하라”고 했는데, 이 역시 적절하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지금 이씨가 처한 상황은 누가 초래한 것인가. 이씨와 그 주변 인사들은 마치 ‘이준석 제거’를 위한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그와 관련해서 내놓은 ‘근거’는 없다. 일방의 ‘주장’이 아니라 ‘사실 관계’만 놓고 따지면 이씨가 받은 ‘1차 징계(당원권 정지 6개월)’는 자신에게 제기된 ‘성 상납 의혹’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당시 이준석 대표 정무실장이었던 ‘이핵관’ 김철근씨가 해당 의혹을 주장하는 이에게 뜬금없이 ‘7억원 투자 유치 각서’를 써 준 일에서 비롯했다.

이준석씨가 받은 ‘2차 징계’는 ‘1차 징계’를 받은 이후 ‘흑화’해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하고, 그 측근 세력들을 ‘정상배’란 식으로 비난했기 때문이다. ‘양두구육’ 운운하면서 ‘윤석열’을 선택한 국민을 마치 분별없이 선전·선동에 휘둘리는, ‘개고기’를 ‘양고기’라고 외치고 다니면 그런 줄 알고 찍는 이들로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한 탓이다. 또한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 지원과 당내 불안정을 수습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로 지도 체제 변경을 시도한 뒤 그가 쏟아낸 ‘자해성’ 말 폭탄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때문이다.

그렇다면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산처럼 무겁고 조용하게 행동하라”는 문구를 명심하고, 이를 실천했어야 하는 이는 대체 누구일까. 과연 이준석씨는 스스로 '친이준석계' 또는 정체불명의 이준석 지지세력에게 주문한 것처럼 경거망동하지 않았을까. 산처럼 무겁고 조용하게 행동했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