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ob의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 제목은 《Miniature Garden》. 지난해 페로탕 뉴욕에서 열린 개인전에 이어 페로탕 삼청에서 열리는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한국에서는 첫 전시다.

ob는 1992년생으로 일본의 신세대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전시 제목인 ‘정원’을 두고 이렇게 설명한다. ‘나에게 있어 정원은 현실에서 벗어나 개인의 세계를 생성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적 세계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정원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환경과 상관 없이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그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한다.’

전시에는 드로잉 15점과 캔버스 회화 10점이 출품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큰 눈과 대비되는 작은-거의 보이지 않는-입을 갖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특유의 이목구비로 보이기도, 발화(發話)의 기회를 갖지 못한 밀레니얼 세대의 초상화로 보이기도 한다. 관객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단지 관찰되는 풍경의 일부분으로 남은 소녀들. 그러므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두고 ‘정원(Garden)'이라 표현한 건 일견 통찰력 있는 표현이다.

권시우 평론가는 ob의 작품을 두고 이렇게 평한다.

“ob의 회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녀들은,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은 채, 그저 프레임 너머의 ‘세계’를 무던하게 점유하고 있다. 프레임 너머의 ‘세계’는 때때로 지나치게 정적이고, 온화하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상주하는 외부의 세계로부터 격리돼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곳에는 분명 불화의 징후가 존재한다. 즉 모든 불화가 종식된 듯한 세계에서, 개인은 더 이상 자신의 실존을 의문시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 작중의 소녀들은 자신을 주체로 규정할 수 있는 역량을 상실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세계’와 융화한 채, 세계와의 불화를 빚어낼 만한 여지가 있는 자신의 존재를 희석시킨다.”

전시는 서울 팔판동에 있는 페로탕 삼청에서 10월 6일부터 11월 19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