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된 데는 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KBS와 MBC 야구중계를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허구연(現 KBO 총재)과 하일성(前 KBO 사무총장, 작고)의 해설 대결은 볼만했다.

두 사람은 ‘하 작두’ ‘허 구라’로 통했다. ‘작두’는 무당이 굿을 할 때 쓰는 도구다. ‘구라’는 다소 부정적인 속어이지만, 워낙 언변이 뛰어나고 흐름을 잘 맞춰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조선일보 2010년 3월 19일 자 기사 <쌍벽해설 하일성·허구연의 ‘하하허허’ 야구얘기>에서 하일성은 “허구연은 내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다. “86년 이 친구가 청보 감독으로 가면서 해설을 그만두니까 그렇게 외롭더라고. 아마 내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장 되고 나서 이 친구도 많이 외로웠을 거야. 허구연에게 지지 않으려고 야구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것이 30년 해설가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10년 3월 잠실야구장에서 허구연과 하일성. 사진=조선일보DB

허구연 역시 “우리 두 사람이 스타일이 서로 다른 해설을 하니까 팬들은 더 좋아했던 것 같다”며 “우리 이름을 모르는 야구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했다.

하일성은 “허구연 해설이 패티 김 스타일이라면 하일성 해설은 이미자 스타일”이라고 했다. 허구연의 해설이 야구의 깊이 있는 분석 위주라면, 하일성의 해설은 대중의 궁금증을 쉽게 풀어주는 스타일이라는 얘기였다. (이와 관련, 방송계에서는 노래는 패티 김이 좀 더 잘하는지 몰라도 역시 인기 있는 건 이미자라는 말이 있다. 대중성을 먼저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허구연은 “왜 그런 플레이가 나오는지, 투수는 왜 그런 공을 던지는지, 타자는 어떻게 홈런을 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논리적으로 풀어주는 게 해설자의 제일 덕목이다. 해설은 말장난이 아닌 과학과 논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11월 KBO 하일성 사무총장(왼쪽)과 허구연 해설위원. 야구회관에서 WBC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조선

그러나 그들도 인간이니 언제나 예측이 맞을 수는 없다. 

"삼성의 김○○는 베테랑이어서 투수는 주의해야죠."

→ 삼진

"두산 허○○는 괜히 가을에 강한게 아니죠."

→ 평범한 땅볼

"LG 이○○은 발이 쏜살 같아요. 1~2번째 타순에서 분명 방법을 찾을 겁니다"

→ 병살

그때 나오는 탄식!

"아, 야구 몰라요." "아, 역으로 가네요."

2008년 2월 19일 KBO 이사회의 6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가 끝난 후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조선

“야구 몰라요”, “역으로 가네요”(하일성)

하일성은 1949년 2월 18일 서울에서 태어나 성동고등학교에서 잠시 야구선수 생활을 하고, 경희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하였다. 김포 양곡고 체육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서울 환일고 체육교사로 재직 중이던 그는 타고난 말재주를 인정받아 고교야구 인기가 한창이던 1979년 해설가로 데뷔했다.

정확히는 1979년 KBS 배구해설위원이던 오관영 씨의 권유로 동양방송(TBC) 야구해설위원으로 방송계에 입문했고, 1982년 KBS 스포츠국 야구해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일성은 과감한 예측 해설로 유명했다. 이는 ‘빨간장갑의 마술사’로 알려진 김동엽 감독(작고)의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는 해설을 해라”라는 조언에 따른 것. 투수가 던질 구질이나 코스, 타자의 노림수, 감독의 향후 용병술 등을 정확히 예측해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하 작두’라는 명예로운 별명으로도 불렸다.

“야구 몰라요”, “역으로 가네요”라는 한국 야구계 명언으로 유명하다. 하일성은 자신의 예측이 틀렸을 경우 이렇게 커버하곤 했던 것. (스포츠조선 2016년 9월 8일 자 기사 <‘야구 몰라요,인생 몰라요’라던 야구해설가 故 하일성, 파란만장 인생사> 인용)

2006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제11대 KBO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수상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 국가대표 야구단 단장으로서 일조했다. 총장 임기를 마친 후 이때를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회상하며, 자신이 나중에 세상을 떠나면 묘비에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야구대표팀 단장’이라고 새겨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009년 10월 KBS 야구해설위원으로 다시 방송에 복귀했고 2014년을 끝으로 국내 프로야구 중계 마이크를 놓았다. 그리고 2016년 9월 8일 오전 7시 50분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신의 회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철학자 하일성의 야구 몰라요 인생 몰라요》(2013)에는 해설가로 직업을 바꾼 사연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 고교 교사를 그만두고 해설가로 직업을 바꾼 것은 꽤나 큰 용단이었다. 야구해설을 하겠다고 학교에 사표를 내니 주위에서 난리가 났다. 그럴 만도 했다. 교사란 직업이 어떤 직업인가.

평생 안정적인 일자리와 급여가 보장된다. 다들 선생님이라 부른다. 존경도 받고 어디 내세워도 꿀리지 않는 직업이다. 아이들을 재목으로 키우는 보람도 있다. 남들은 부러워하기만 하는 자리를 그 시절만 해도 남들은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하겠다고 포기한다는 것이다. 보통사람이라면 누가 납득하고 누가 지지하겠는가.

당시 야구해설가를 직업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극소수였을 것이다. 나는 해설가로서 겨우 초보 단계를 면한 데다 지명도도 높지 않았다. ‘평생일자리’는커녕 게임당 돈을 받았다. 해설가는 전속계약이 없던 시절이었다. 야구 시즌이 끝나면 말 그대로 백수가 되는 것이다. 아직 실력이 모자라 다음 시즌 계약도 장담 못했다.

프로야구는 출범 전이었다. 곧 생긴다고 말만 무성했지만 모든 것이 불투명했다. 교사직을 버리고 해설가란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극한의 모험에 가까웠다. 그때 나의 두 딸은 초등학생이었다.

모험을 하려면 용기를 내야 했다. 하고 싶은 일을 꼭 하고 싶었다. 안 하면 너무 미련이 남을 것 같았고 오래오래 후회할 것 같았다. 더 큰 이유는 모두가 인정하는 정말로 잘하는 해설가가 되고 싶었다.

‘도전하자! 해보고 안 되면 다른 일을 찾으면 되는 거야.’

그때 나이 34살, 해설가를 시작하기에도, 완전히 망해서 다른 일을 시작하기에도 늦은 나이는 아니었다. 막판까지 사람들은 말렸다.

“꼭 사표까지 내야겠습니까? 만일에 대비해 교사직을 유지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교사직을 병행하면서 좋은 해설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등학교 교사도 전문직이고 해설가도 전문직이다.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직업들이다. 내가 둘이라면 모를까. 해설에 전념하려면 하나는 버려야 했다. 좋은 것을 양손에 다 쥐고 싶은 마음이야 왜 없었을까.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지고 프로가 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프로해설가가 되려고 내 청춘을 바친 교사직을 버렸다. 해설가로 자리 잡을 때까지는 힘든 일이 있다 해도 며칠 밤이라도 새울 수 있었다. 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때 프로의 길을 선택했고, 이후 온몸으로 프로의 가시밭길을 뒹굴었다.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버릴 수 있는 결단력, 그것이 바로 프로다.…>(66~68쪽)

허구연, 40년 가까이 야구 현장 지켜

허구연은 1951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경남중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교, 대학, 실업야구 선수시절 국가대표 선수로도 활약했으며, 1971년 대학야구연맹전 홈런왕, 1974년 대학야구 최우수선수상, 같은 해 MBC 선정 스포츠 10걸상 등을 수상했다. 1976년 일본 올스타팀과 한국 실업선발팀과의 경기에서 부상당해 1978년 현역선수에서 은퇴했다.

4차례에 걸친 대수술 후 재기를 노렸지만 균형을 잃은 하체 때문에 몸에 무리가 계속 왔고, 의사의 진단은 “이대로 계속 야구를 하면 나중엔 병신이 될 수도 있다”는 강한 경고로 이어졌다. 결국 ‘78년 실업야구 춘계리그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끝나게 되었다. 당시 한일은행 감독은 김응용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계속 선수생활을 할 것을 권유했지만 몸이 따라갈 수가 없었다. 지금도 전력질주가 힘들고 걸을 때 왼발과 오른발 균형이 맞지 않고 척추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허구연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40년 가까이 야구장 중계석을 지켰다. 귀에 쏙 들어오는 해설, 정확히 맥을 짚어 주는 해설, 모난 곳이 없고 좌우 균형이 완벽한 해설로 정평이 났었다. 지난 3월 KBO 제24대 총재가 되었다. KBO총회의 서면 표결에서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총재 취임 일성은 이랬다.

“오늘도 마이크 앞에 섰는데, 야구 해설할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9회말 1사 만루 위기처럼 한국 야구가 어려운 시기에 등판한 구원투수의 입장이지만 두렵지는 않다.”

앞서 조선일보 2018년 3월 24일자 기사 <그의 구라, 800만 관중 흥을 돋우다>에 따르면 그의 관록은 손때 묻은 취재수첩과 기록지에서 나온다. ‘보이는 화면만 중계해선 좋은 해설을 할 수 없다’는 게 지론. 선수들 주례 요청이 끊이지 않고, 공로상도 제법 받은 야구계 ‘어르신’이지만 중계방송 3시간 전부터 더그아웃을 누비며 취재한다.

《허구연의 야구》(2008)에는 그가 해설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사연이 자세히 나온다.

<… 야구가 어렵게 된 나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대학원 응시 준비를 했고, 주위에는 알리지 않은 채 고대 법대 대학원에 응시했다. 나름대로 하루에 8시간 이상씩 병원에서 공부를 했지만, 솔직히 합격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합격 발표에 난 한껏 고무되었고, 당시 김상협 총장님께서도 대표선수가 자력으로 합격하였다며 칭찬할 정도로 학교에서도 화젯거리였다. 법대 학장님께서는 “운동선수 출신을 봐주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 논문 심사는 내가 직접 할 것이다”며, 열심히 공부할 것을 주문했다. 상법을 전공한 나는 석사학위를 받은 후 경기대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직장도 다니면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1982년 3월, 또다시 인생항로를 바꾼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MBC 조광식 스포츠 국장이었다. “어이, 허구연 씨. 야구해설한 번 해보면 어떻겠소?”라는 뜻밖의 전화였다. 동아일보에서 오랫동안 야구기자 생활을 거쳤던 조광식 국장은 출범하는 프로야구 MBC 청룡 야구단과 함께주요 콘텐츠가 된 프로야구 중계 해설자가 필요했고, ‘78년부터 가끔 동아방송에서 아마추어 야구 해설을 했던 것을 기억한 조 국장이 추천을 한 것이다.

솔직히 난 해설자가 된다는 생각보다 휴일날 한 번 해 달라는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당시 나는 전임교수 자격이 될 수 있는 2년째 강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첫 방송의 반응이 좋았고, 방송국 측에서는 전속계약을 제의해 왔다. 당연히 가족들은 혼란스러워 했고, 학자가 되기를 바랐던 아내는 서운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다는 걸 설득시키면서 MBC와 전속계약을 했다.

당시 계약 과정의 에피소드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1회 해설료가 3만7500원으로 기억되는데, 나는 연봉 220만원을 요구했으니 방송국이 놀랐을 건 뻔한 일. 결국 1400만원 정도에 계약을 했다. 당시 최고 연봉의 OB 박철순이 2400만원, A급 선수가 2200만원이었다. 국내 최초로 연봉 계약을 한 그때 필자의 나이가 만 31세였다.

“A급 선수가 2200만원이니 해설자도 그 정도 대우가 되어야 좋은 해설을 할 수 있다”며 방송국에 어거지를 쓴 분위기였는데 그 후부터 해설자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야구 해설자로서 첫걸음을 떼면서 나 스스로에 질문을 던졌다. ‘어떤 해설을 할 것이며, 어떻게 해설다운 해설을 할 것인가.’ 난 가장 시급한 것이 일본식의 잘못된 야구용어 사용이라고 생각했고, 지금 고치지 않으면 영원히 못 고칠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했다.

김용 아나운서, 최영언 국장…

‘82년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사건으로 시끄러운 때였다. 그해 봄, MBC PD와 아나운서들과의 회의를 통해 나는 “건설현장, 당구장 등에서 사용하는 일본말은 몰라도 야구만큼은 지금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야구는 미국에서 도입된 스포츠이니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든지, 우리말로 풀어서 하든지 해야만 한다. 실제로 국제대회에서 일본식 야구용어를 사용하면 심판들도 못 알아듣지 않는가. 더구나 역사 교과서 왜곡사건으로 극일 운동을 하고 있는데, 언어를 지배당하면서 극일을 하겠다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다”고 주장했다. 이런 나의 주장을 당시 나보다 선배가 많았던 PD, 아나운서 분들이 뜻을 함께 해 준 데 대해서 난 아직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김용 아나운서, 야구에 대해 큰 애정을 지녔던 최영언 전 MBC 스포츠 국장의 도움과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포볼이 아닌 ‘볼넷’(base on balls), 데드 볼(dead ball)이 아닌 ‘몸에 맞은 공’(hit by pitched ball) 등 많은 일본식 용어의 교정은 실현되지 않았을지 모른다.…>(43~46쪽)

김소식 전 MBC 프로야구 해설위원. 사진=스포츠조선

허구연이 청보 핀토스 감독(1985년 10월 ~1986년), 롯데 자이언츠 수석코치(1987년 ~ 1989년)를 지낸 뒤 미국 프로야구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너팀(1990년)에서 코치수업을 쌓을 때 MBC의 야구중계 해설은 김소식 씨가 맡았다.

그의 구수한 입담과 약간 탁하면서 굵은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 1984년 KBS 라디오 해설가로 출발해 이듬해부터 MBC 야구해설을 줄곧 맡아왔다. 1990년대에는 허구연과 김소식이 번갈아 MBC 야구해설을 맡아 야구 부흥에 일조했다. 1998년 스포츠TV, 1999년 SBS, 2003년 CBS 등지로 둥지를 옮겼다.

김소식도 야구선수 출신이다. 부산고와 상업은행, 해병대 시절 강속구를 지닌 투수로 화려하게 선수생활을 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상업은행, 경남은행, 국제그룹 프로스펙스 영업부장, 논노 신규사업부장을 하며 능력을 인정받았었다. 야구 해설로 그라운드에 복귀한 뒤 해설 분야에서, 그 중에서 투수부문에 관한 전문적인 해설로 유명했다

그러나 허구연 하일성이 한창 전성기 시절을 구가하던 1990년대 야구중계의 정석은 이랬다.

KBS - 정도영 캐스터 & 하일성 해설.

MBC - 송인득 캐스터 & 허구연 해설.

사진출처=엠빅뉴스 유튜브 캡처.

명콤비, 허구연과 송인득 아나운서

특히 허구연은 송인득(1958~2007) 아나운서와 굉장히 호흡이 잘 맞았다.

송인득이 1984년 MBC에 입사하면서 만나게 되었다. 당시 MBC에는 기라성 같은 아나운서가 많았다. 김용, 양진수,임주완, 고창근 등등. 그들 사이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냈고 점점 MBC 스포츠 중계의 간판 스타가 되었다.

송인득은 말 전달을 잘하고 참으로 정이 많았던 아나운서로 허구연은 기억한다. 또한 야구경기에 대한 기록을 꼼꼼히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 같이 방송을 하고, 함꼐 출장을 다녀 정이 많이 들었다. 

송인득은 술, 담배를 워낙 좋아했다. 방송 중에도 흡연으로 긴장을 풀곤 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20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월드시리즈 경기를 중계할 때였다. 워낙 담배를 좋아하던 송인득이 경기 도중 광고가 나갈 때 테이블 밑에서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한 모금씩 피고 있었다. 송인득을 놀려줄 생각으로 허구연이 “(담배 피는 모습이) 화면에 떴다!”고 장난을 쳤다. 훗날 허구연은 가뜩이나 하얀 얼굴이 더 하얘지면서 논라던 모습이 요즘도 떠오른다고 했다.

송인득-허구연의 마지막 프로야구 중계는 2007년 4월 7일 LG-기아전이었다. 전날 양궁중계를 마치고 또 마이크를 잡은 그는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지상파 야구 중계로 인해 "형님, 정말 오랜만에 하니까 선수들도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쉽지 않네요"라며 불만족스런 방송 내용에 대해 자책했다. 그 모습이 허구연과의 마지막 중계였다.

송인득 아나운서가 2007년 5월 23일 사망하자, 허구연은 다음과 같은 추도사를 남겼다. 일부를 인용한다.

<... 잘 가게, 송인득!

하늘나라에서도 요즘 한창 재미난 국내 야구를 지켜볼 자네 아닌가. 잘 지켜보면서 정리를 해 두었다가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만나는 날 멋진 야구 중계를 해보자고. 그때엔 쫓길 것도, 눈치 볼 것도,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할 수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