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험지에 계속 출마하는 정치인에겐 이유가 있다? : 월간조선

청탁을 들어주겠다며 사업가로부터 10억원대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9월 30일 구속됐다. 검찰은 문제의 돈이 정관계 로비 청탁에 쓰였는지 들여다볼 계획이어서 수사망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이씨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지방사립대를 졸업했고 방송작가, 벤처기업 등 경력을 갖고 있으며 2016년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서초구청장), 2020년 총선(서초갑),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서초갑)에 4번 연속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서초갑이 원래 민주당의 험지이긴 하지만 후보 자체를 보는 유권자들이 더 많다며 이씨의 잇따른 낙선이 정당 때문이 아니라 인물 때문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특히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구 구청장중 24개구에서 민주당 구청장이 당선됐지만 이씨가 출마한 서초구만 패배하자 민주당 서초갑 권리당원들은 탄원서를 돌리기도 했다. 당원들은 이씨가 상대당 후보에 비해 함량과 품성이 부족하고, 지역민심과 반한 밀실공천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인사전횡 및 같은당 경쟁후보 음해 등에 앞장섰다고 주장했다. "이정근 한 사람으로 (지역) 민주당원들의 단합이 깨졌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당원들의 탄원에도 민주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2020년 총선과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계속 공천을 받았다. 이씨는 이른바 '험지'에서 총 6년간 지역위원장을 지냈으며 그 과정에서 당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이씨는 송영길 대표 당시인 2020년부터 당대표 특보와 당 사무부총장을 지냈다. 이씨는 10억원 이상의 금품을 챙긴 것은 물론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 고위층과의 관계를 공공연히 과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밖에도 또다른 금품수수 및 로비가 있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당대표 측근으로 불려온 이씨가 계속 출마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계속 출마를 한 이유가 수면으로 드러난 셈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