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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출범 40주년 40장면] <4> 해태 구단 버스 방화 사건과 삼성의 저주

준우승 저주 삼성, 해태 출신 김응용 선동열 영입하고 2002년 첫 우승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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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0월 22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삼성이 해태에 5-6으로 역전패하자 대구 관중들이 해태 구단 버스를 불태우고 말았다. 사진은 유튜브 캡처.

그날, 그러니까 19861022일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리던 날이었다.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에 전운이 감돌았다.

그해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에 3번째로 진출, 반드시 우승하리라는 열망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OB베어스에게 114패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1983년 일부러 져주기 시합까지 하면서 만만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골랐지만 마구(魔球)를 던지는 최동원에게 34패로 무릎을 꿇었다.

1985년에는 전후기 통합 1위를 차지, 한국시리즈를 지우고 말았다. 그랬더니 칭찬은커녕 비난여론이 들끓어 KBO 룰이 바뀌고 말았다.

 

1986년 거뜬히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전기 시리즈에서 삼성은 1, 후기 역시 1위였다. 반면 해태 타이거즈는 전기 2, 후기 2위였다. 야구 전문가들은 삼성의 우승을 하나같이 점쳤다. 김일융 김시진 같은 역대 최강 원투펀치 투수에 권영호, 성준까지 버티고 있었다. 타격 역시 장효조 이만수 김성래 이종두 장태수 허규옥 같은 당대 리그를 대표하던 화력을 자랑했다.


화면 캡처1986-10-23.jpg

경향신문 1986년 10월 23일자 사회면에 실린 <불은 왜 질러... 5명 연행/ 야구팬 과열... 해태팀 버스 전소> 기사다.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항상 그렇듯 단기전에서는 1차전이 중요하다. 1차전을 이기면 우승할 확률이 높다.

그해 1019일 광주 원정 1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3-4로 삼성이 지고 말았다.

그 경기를 좀 더 살펴보자. 삼성 투수 진동한이 호투하면서 7회말만 해도 2-0으로 삼성이 앞서고 있었다.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던 진동한을 향해 관중이 빈병을 던졌다. 그 병에 진동한이 맞아 머리를 다쳤다. 그라운드에 누워 붕대를 감았다. 그렇게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였다.

삼성 김영덕 감독은 투수를 김시진으로 교체했다. 갑작스런 등판 때문인지 김시진은 9회말까지 3점을 내주고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해태는 연장 11회말 김성한의 역전 결승타로 경기가 뒤집히고 말았다. 3-4.

 

이튿날 20일 광주 2차전. 절치부심 삼성은 김일융 투수의 호투로 2-1로 이겼다. 시리즈는 11. 해태 투수는 차동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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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86년 10월 23일자 11면에 실린 <대구 프로야구 관중 난동/ 삼성팀 지자 2천명 흥분 해태팀 버스 불태워> 기사다.


광주 1차전 술병에 머리 맞은 사건 분노한 대구 시민

 

1022일 대구 3차전에서 투수 진동한, 김시진이 이어 던진 삼성이 5-6으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흥분한 관중이 타이거즈 선수단 버스를 불태우고 말았다.

이날 난동은 19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투수 진동한이 관중들이 던진 술병에 머리를 맞고 퇴장한 사건에 대해 타이거즈 구단 측에 사과를 요구하면서 일어났다. 사과라기보다 화풀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다음은 경향신문 1023일자 사회면(7) 기사다.

 

<...삼성이 해태에 6-5로 역전패 당하자 야구장 제1출입문 쪽으로 몰려나오던 흥분한 관중 2000여명이 마침 선수들을 태우기 위해 경기장 쪽으로 오던 해태 타이거즈 소속 전남 5940545인승 리무진 버스(시가 1억원 상당)를 발견, 돌과 빈병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때 버스 운전사가 차를 세우고 달아나자 2명의 청년이 버스에 올라가 차내의 커튼을 뜯어 불을 질렀다...>

 

이 불로 차량과 차내에 있던 VTR과 야구 배트 등이 불탔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또 다른 해태 구단 버스도 차체가 많이 부서졌다. 이 과정에서 대구 KBS 카메라 기자가 관중이 던진 빈병에 허리를 맞는 등 폭행을 당해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화면 캡처 2022-09-23 231345.jpg

조선일보 1986년 10월 24일자 사회면에 실린 <프로야구 관중 또 소란. 2천명 최루탄 쏴 해산> 기사.


그런데 대구 4차전(10월 23일)에서 삼성이 또 지고 말았다.

 

이날도 흥분한 4000여명의 홈팀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퇴장하지 않고 빈병과 깡통을 던지며 울분을 터뜨렸다. 양팀 선수들은 재빨리 더그아웃 안으로 피했고, 전경 40여명이 더그아웃 앞으로 달려가 선수들을 보호했다결국 경찰은 대학생 시위 때나 쓰던 사과탄 10여발을 발사, 관중들을 해산시켰다.

 

양팀 선수들은 군중들이 해산한 뒤인 밤 1110분쯤 경기장 조명 등을 모두 끈 채로 경찰버스를 타고 경기장을 빠져 나가야 했다. 경찰은 이날 3개 중대 450여명의 병력을 경기장 주변에 배치했었다.


이 방화사건의 배상 책임 소재를 두고 삼성 측과 KBO 측이 신경전을 벌였지만 삼성 측이 배상했다고 전한다.

한국 프로야구 난투사에 따르면 이용일 초대 KBO 사무총장은 삼성 이병철 사장이 TV로 경기를 시청했는데 불난 것까지 봤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같이 봤던 참모들한테 저 불낸 것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묻자 참모들이 한국 시리즈는 KBO가 주관하는 것이므로 삼성은 책임이 없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건희 회장이 나서서 일이 잘 수습된 걸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2002년 삼성이 한()을 풀다

 

이 사건을 취재한 당시 일간스포츠 홍윤표 기자(현재 OSEN 선임기자)는 이렇게 회고했다.


1507_406.jpg 월간조선과 인터뷰한 홍윤표 기자.

 

텃세 응원이 기승을 부렸던 1980~1990년대, 어느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일부 관중들은 꼬투리만 잡히면 자신의 응원 팀은 물론 상대 팀 버스나 심지어 선수들에게도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지나간 시대의 서글픈 우리 얼굴이다.

 

타는 목마름으로한국시리즈 우승을 염원했던 삼성 구단은 2000년에 해태 구단의 상징이었던 명장 김응용 감독을 전격 영입해 2002년에 드디어 우승 숙원을 풀었다. 2005, 2006년에는 호남 선수의 대명사인 선동렬 감독으로 승격시켜 한국시리즈를 연패, 명실상부한 최강자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삼성이 명가 해태 구단의 핵심 두 인물을 끌어들여 영호남 야구를 접목시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한국야구사의 역설이다.”

 

한편, 해태 구단 버스가 불타는 모습을 보고 구단 매니저가 김응용 감독에게 뛰어가 감독님. 버스가 불 탔습니다하고 대성통곡하자 김 감독은 오히려 웃으며 야 이놈아! 웃어라 웃어. 불난 집이 재수 좋은 거 몰라?”하며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확인이 안 된 믿거나 말거나.


이듬해 1987년 삼성은 해태와 다시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정규시즌에서 해태는 전기 3, 후기 2위였고 삼성은 전기 1, 후기 1위였다.

그러나 뭐가 씌였는지, 삼성은 무승 4패로 해태에게 우승을 강제 헌납하고 말았. 이후 삼성은 2002, 그러니까 해태 김응용 감독을 청부사로 영입할 때까지 한 번도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어쩌면 해태 구단 버스 방화사건의 저주 때문이 아니었을까.


반면 해태는 1986년부터 89년까지 한국시리즈를 4연패하면서 왕조를 완성했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삼성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사상 첫 4연속 페넌트레이스 1-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했지만, 해태의 4연속 한국시리즈 우승과 동률을 이뤘을 망정 깨지는 못했다.

입력 : 20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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