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출범 40주년 40장면] <1> 삼미 슈퍼스타즈와 장명부 : 월간조선

조선일보 1985년 5월 2일자 스포츠면(9면)에 <슈퍼스타즈가 팔렸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프로야구 구단인 삼미 슈퍼스타즈가 팔렸다. 슈퍼스타즈 이용균(李容均) 전무이사는 1985년 5월 1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단을 풍한방직(회장 김정우[金政宇])의 계열기업인 식품업체 청보(青宝)식품에 70억원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청보식품 측은 전기리그가 끝나는 그해 6월말까지는 삼미와 공동 관리하고, 후기리그부터 새로운 법인체로 출발했다. 인천, 경기, 강원의 팀 연고지는 변함이 없었다. 삼미의 팀 매각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첫 사례였다.

1985년 6월 21일, 삼미 구단은 인천 구장에서 열렸던 전반기 마지막 경기이자 고별전에서 롯데 자이언츠에게 6-16으로 졌다. 3년 6개월 동안 온갖 영욕이 교차한 삼미 구단은 그 경기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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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85년 5월 2일 자 스포츠면(9면)의 <슈퍼스타즈가 팔렸다>는 기사

기사 말미에 이런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삼미 팬들, 아니 슈퍼스타즈 팬들은 이 문장에 가슴이 시큰거림을 느껴야 했다.

<인천을 중심으로 경기—강원도 지역을 연고지로 출범한 슈퍼스타즈는 투수 등 선수난으로 원년인 82년 최하위, 83년 3위, 84년 최하위의 부진한 성적을 면치못해 인천홈구장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면서도 슈퍼스타즈는 82년 10억원, 83년 12억원, 84년 13억원의 적자를 봐왔으며 지금까지 70억원을 투자해왔다.>

슈퍼스타즈는 삼미라는 이름으로 모두 355게임을 치렀다.

통산 120승 4무 211패를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졌다.

일간스포츠 야구 기자로 20년간 현장에서 뛴 홍윤표 씨는 《한국 프로야구 난투사》에서 이렇게 썼다.

<앞으로도 도저히 깨어질 것 같지 않은 18연패와 1982년 전기리그 5승 35패, 승률 1할 2푼 5리의 팀 최저 승률, 7번의 기별리그 중 5번이나 꼴찌를 한 것 등 부끄러운 기록이 많다.

하지만 1983년 시진 최고수비율(.979), 한 시즌 개인 최다승(장명부 1983년 30승), 58게임 연속 개인 무실책(2루수 정구선) 등 영광스런 자취도 새겨 놓았다.>(65쪽)

김진영 전 삼미 슈퍼스타즈 감독. 사진=조선일보DB

불멸의 30승 신화의 주인공 “슈퍼 너구리” 장명부의 1983년을 잊을 수 없다.

방어율	승	패	세이브	탈삼진	투구 이닝
2.34(2)	30(1)	16	6(3)	220(1)	427 1/3(1)

한 시즌 44번의 선발 등판과 30승, 그리고 472.1이닝의 기록은 40년 역사의 중요한 전설이다. 《프로야구 투타의 전설》을 쓴 배정섭 씨는 이렇게 썼다.

“철옹성이라는 말을 방불케 하는 이 기록은 장명부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힘들지 않을까?”

프로 원년 15승 65패(승률 0.188)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삼미는 이듬해 인천야구의 대부였던 김진영 감독과 세계 야구선수권 대회의 배터리였던 김진우와 임호균을 영입하면서 전력의 초석을 다진다. 이후 재일교포 출신인 이영구와 더불어 끈질긴 설득 끝에 장명부를 데려오면서 돌풍을 예고했다.

프로야구 시즌 30승 신화 '너구리' 장명부 씨가 2005년 4월 13일 사망했다. 사진=조선일보DB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연습생으로 입단한 장명부는 일본 통산 91승을 거둔 중견투수였고 1982년 부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으나 당시 최고 연봉이었던 박철순의 2400만원의 5배 정도의 금액이었던 약 1억 2000만 원과 주택을 제공받으며 삼미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그가 기록한 역대 최다인 30승과 최다 선발등판 기록은 앞으로도 인간의 힘으로는 깨기 힘들다. 장명부의 종횡무진 활약 속에 전년도 꼴찌 삼미는 돌풍을 일으키며 1983년 전반기 1위를 지켜 나갔으나 김진영 감독의 심판 폭행 사건으로 인한 근신, 그리고 2.5게임차였던 2위 해태에게 광주 맞대결에서 3연패를 하며 아쉽게 2위로 전기리그를 마치게 된다.

이어진 후기리그에서 5할 대의 승률로 선전했다. 다만 MBC청룡의 선전으로 결국 한국시리즈에는 오르지 못한다. 《프로야구 투타의 전설》을 쓴 배정섭 씨는 장명부가 남긴 불멸의 기록에 대해 ‘경건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국어사전에 경건하다는 단어를 찾아 보았다. ‘공경하며 삼가고 엄숙하다’는 뜻이다. 이 단어 앞에 옷 매무새를 단정하게 여민다.

< 그해의 무리한 1등판과 맞물리면서 장명부는 이후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낸다. 그의 부진은 곧 팀의 부진이었고 장명부와 삼미는 전년도 돌풍을 무색하게 만들며 서서히 함께 추락했다. 결국 1985시즌을 끝으로 팀에서 방출된 장명부는 신생팀 빙그레에 입단했지만 1승 18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두며 쓸쓸히 마운드를 떠나게 된다.

비록 단 1년이지만 그가 남긴 시즌 최다 427.1이닝 투구, 30승, 44선발, 36완투, 26완투승, 8게임 연속 완투승이라는 1983년도에 남긴 불멸의 기록 앞에선 여전히 경건함이 느껴질 뿐이다.>(71쪽)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작가 박민규의 베스트 셀러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장명부 이야기가 나온다.

<철완(鐵腕) 너구리 장명부, 홀연히 현해탄을 건너와 고요한 한국의 강호에 ‘라면은 농심 너구리, 오락은 폼포코 너구리, 야구는 철완 너구리’라는 풍문을 흩뿌리며 숱한 야구해설가들을 아연실색케 했던 그는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진정한 초인(超人)이요, 마인(魔人)이었다.>(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