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8월 15일은 일 년 중 가장 큰 만월을 볼 수 있는 날이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1년 열두 달의 보름 가운데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장 호시절의 음력 8월, 그리고 신곡신과(新穀新果)가 출하되는 팔월 보름이야 말로 1년 열두 달의 만월 가운데 가장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달이 아니겠는가.

다음은 조선일보 1936년 9월 30일자 4면에 소개된 기사 <팔월이라 한가위 일년 중 제일 밝은 달> 중 일부다.

‘명절 중의 명절이 추석이지만 로맨틱한 회소곡(會蘇曲)을 잊어버리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한다.

<...내일이 팔월 한가위입니다. 일긔 조코 달 밝고 곡식이 익고 일년 중 참 조흔 때입니다. 녜도 �浜� 신라시절에는 꼿다운 처녀들과 절므신 안악데들이 두 편으로 난호이어 칠월부터 길삼을 짜가지고 이 한가위ㅅ날 와서 어느 편이 더 만히 ��나 겨름을 하얏답니다. 진편 이긴편이 다 함께 음식을 차려 노코 밤이 이윽도록 질기는데 그중에도 진편에서 구슬픈 회소곡(會蘇曲)을 불러서 패전의 하소연을 아뢰엿답니다. 한가위는 우리네게 잇서 로맨틱한 명절입니다.명절 중의 명절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로맨틱한 겨름과 함께 희소곡을 이저버리고 말앗습니다. 오즉 송편의 명절로써 쓸을히 전해 올 따름입니다. �� 이야기야 하야서 무엇할까요. 송편에 대한 것이 나말슴 드리는 것이 차라리 낫지요. (중략)

조선일보 1936년 9월 30일자 4면에 실린 보름달은 ‘조선의 달’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도시 콘스탄티노플의 달밤"이라고 적혀 있다.  콘스탄티노플은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을 말한다.

그런데 서울서는 추석날 해먹는 송편도 맛이 아조업습니다. 첫재는 솔을 구하기 곤란하니까 땔나무로 파는 마른 솔까지를 대용합니다. 아니 그보담도 멧 번이고 두고두고 쓰든 솔입을 말리어 두엇다가 그대로 씁니다. 그리고야 말이 송편이지 송편될 턱이 잇습니까? 둘째로 모냥을 낸답시고 새알심이 만큼식 조그마케 맨둘어 놋습니다. 더구나 논단이 머리빗듯이 곱게곱게 빗습니다. 그러나 송편의 질소한 맛이야 다 달아날 것이 아나겟습니까? 아모래도 송편은 큼직하고 손까락ㅅ자국이 꽉꽉 백인데다가 솔내가 물신물신 나야만 됩니다. 그러치 안 흔 송편은 잔치때나 못고지때에 는모르되 추석에는 걸맛지 안습니다.

추석에 딸린 음식으로 토란국이 잇습니다. 그 역시 마침 제철이라 그러케 된 모양입니다. 그러고 서울서는 특별히 추석날 김치ㅅ거리로 통배추를 키워서 팔기 때문에 통배추 김치가 역시 좃습니다. 유감으로 금년만은 늣장마에 채마전들이 결단이 나 통배추를 어더 보기 귀한 듯합니다...>

참고로, 회소곡은 신라 때의 노래 "회소 회소(会蘇)"를 뜻한다. 가사는 전하지 않으며, 그 관련설화가 《삼국사기》 유리왕 9년조에 전한다. "회소 회소"는 한달 동안의 길쌈짜기에서 진편이 팔월보름날 잔치에 부르는 노래였다. 그런데 그 소리가 구슬프면서도 아담하였으므로 뒷사람이 그 소리를 인연으로 노래를 지어 ‘회소곡’이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회소 회소"는 "아서라 말아라"의 뜻으로 짐작된다고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조선일보 1984년 9월 9일자 참조) 

한때 민족대이동 대열에 우리나라 전 인구의 5분의 1이 참여했을 때도 있었다.

추석 귀성객 모습(1972) 사진=국가기록원

민족대이동의 시작은 귀경 차표 예매로 시작한다. 1976년 풍경을 보면, 추석 명절 전후 서울역에서 매표 전쟁이 한창이었다.

서울역 근처 여관이나 서울역 대합실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예매 대열에 섰다. 매표창구가 24개나 되었지만 새벽 4시부터 사람이 몰렸다. 오전 9시부터 차표 예매를 시작했는데 이미 서울역 앞 인파는 5천 명, 용산 방향으로 2백 여 미터나 줄을 이어 섰다. 

경찰은 새치기를 막기 위해 예매객들을 바닥에 앉히고 일어서지 못하게 했으며 장대를 머리 위로 휘젓는가 하면 끼어드는 사람을 곤봉으로 치기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질서도 잡히지 않았고 암표상이 극성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국가기록원, ‘기록으로 만나는 대한민국’ 참조)

추석 귀성객(1977) 사진=국가기록원

추석 고향에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귀경길에 빚어진 사건 사고도 적지 않았다.

경향신문 1968년 10월 8일자 3면에 실린 <정원 3배나 상경 열차 주저 앉아> 제하의 기사다.

<...추석을 지내고 귀경하는 승객을 태운 장항발 서울행 152완행열차가 정원의 3배인 900명을 태우고 오던 중 신례원~선장 사이에서 객차 1량의 스피링이 내려앉는 바람에 예정시간보다 3시간 25분이나 연착, 8일 새벽 1시에야 서울역에 도착했다. 이 때문에 뒤다르던 154완행열차도 늦었다.

두 열차에서 내린 승객 1100여명은 미리 대기한 서울 시영버스 8대로 귀가했다...>

완행열차를 타고 내려갔다가 올라오면서 하늘에 뜬 만월의 보름달을 보고 그래도 넉넉한 마음이었지 않았을까.

1999년 2월 17일 임진각 망배단에서 실향민들이 망향제를 올리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과거엔 추석 때마다 실향민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왔다. 한가위가 되어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연이 비중있게 다뤄졌다. 조선일보 1977년 8월 27일자 1면에 실린 ‘만물상 코너’다.

<...추석이 즐겁지만은 아니한 사람들도 있다. 실향민(失鄕民)들이다. 실향 30년이 지났다. 그런대로 생활 터전올 마련해서 굳혔고, 아이들도 자랐다.이렇게 한 세대(世代)가 바뀌어 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 든 가슴에서 실향의 융어리가 가셔 버린 것도 아니다. 누구는 아직 고향 가까운 곳에까지라도 가보는 마음을 못 버리고 있다. 이들에겐 확실히 추석이 즐겁지만은 않다...>

2011년 9월 13일 고속도로는 귀경차량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부산 사상구 백양터널 앞 요금소 일대가 부산 시내로 향하는 길에는 차량들이 줄을 잇는 반면, 시내외곽 고속도로로 향하는 길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조선일보DB

올해 귀경길도 혼잡... 부산~서울 7시간 10분 

올해도 추석 귀경길이 혼잡스럽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세 번째 날인 11일 고속도로 귀경길 혼잡이 극심, 자정을 넘어서도 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빠져나가는 귀성길 차량은 38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귀경길 차량은 54만대로 예측되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요금소 출발 기준 주요 도시간 예상 소요 시간을 보면, 상행선은 ▲부산~서울 7시간 10분 ▲대구~서울 6시간 ▲광주~서울 5시간 30분 ▲대전~서울 2시간 30분 ▲강릉~서울 2시간 50분 ▲울산~서울 6시간 40분 ▲목포~서울 5시간 50분이다.

하행선은 ▲서울~부산 5시간 ▲서울~대구 4시간 ▲서울~광주 3시간 20분 ▲서울~대전 1시간 40분 ▲서울~강릉 2시간 50분 ▲서울~울산 4시간 40분 ▲서울~목포 3시간 4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