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필멸의 위기에 직면한 빙산에서 나전 칠기 공예의 현실을 보았다’ 김종량 작가가 빙하를 그린 이유다.
통영 출신의 김종량 작가는 50년간 나전 칠기 공예를 해온 나전 장인이다. 이번에 열고 있는 <만년의 혼> 전시는 장인에서 창작 예술가로 변신 후 여는 첫 개인전이다.
김종량 작가는 2021년 열린 ‘DMZ 아트프로젝트’에서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가로 7미터의 대형 나전 작품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였다. 나전 장인만이 구사할 수 있는 독특한 표현 방식으로 당시 미술계에서 많은 호응과 찬사를 받았다.
김종량, 만년의혼 02, 자개 옻칠 홍송 합판, 125x70cm, 2022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빙산 시리즈’ 12점을 선보인다. 빙산 시리즈를 위해 주제 구상 기간을 빼고도 1년 6개월 넘게 작업에 천착했다. 작가는 50년간 몸 담아온 나전칠기 공예 문화가 현대에 멸실되고 있는 현실을 지구 온난화로 녹아 내리는 빙산으로 은유했다.
김 작가의 작품을 본 후, 햇살 아래 빙산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재료는 자개였다는 걸 깨달았다. 옻칠로 펼쳐낸 하늘에 자개 빙산이 떠오른 풍경은 경이 그 자체다. 옻칠이 표현하는 공간감에 자개의 불규칙한 음영이 빚어내는 생동감 덕에 작품을 아무리 오래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오매갤러리는 자수, 옻칠, 나전 등 한국의 전통 기법을 현대적인 감각과 접목해 작품 활동 중인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