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상 메달. 사진=조선DB
노벨상 발표를 앞두고 누가 수상자가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월 2일 생리의학상 발표를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잇따라 발표된다. 문학상 발표일은 아직 미정이다.
노벨상의 창설자인 '알프레드 노벨'은 사망 전 3100만 크로나의 재산을 헌납, 5개 부문(문학, 화학, 물리학, 의학, 평화)에 걸쳐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매년 상을 수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과학자였던 노벨이 과학 분야의 상을 만든 것은 당연해보이는데 문학상과 평화상을 만든 것은 왜 일까? 이에 대해 평소 그의 관심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평생 문학을 가까이 했고 평화운동가들과도 친분을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노벨이 '다이너마이트'가 무기로 사용된 것에 죄책감을 느껴 재산을 기부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주장이지만 뚜렷한 증거는 없다.
1969년에 스웨덴 제국은행이 노벨재단과는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은행 경제과학상'을 만들면서 오늘날의 노벨 경제학상이 생겨났다. 노벨 수학상이 없는 것과 관련해 노벨의 부인이 어느 수학자와 불륜에 빠졌기 때문에 이에 앙심을 품은 노벨이 수학상을 제정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다. 노벨이 평생 독신이었음을 고려하면 이는 근거 없는 얘기다.
국제적인 학술정보 분석기관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지난 20일 '2017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우수 연구자'를 발표했다. 이 분석기관이 2002년 이후 지난 15년 동안 우수 연구자로 선정한 학자 중 43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올해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공로'로 노벨화학상 유력 연구자에 선정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3년간 발표된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이 유력한 연구자들을 선정했다.
올해의 노벨과학상은 누구?
▲ 노벨생리의학상
제임스 앨리슨 미국 휴스턴 텍사스주립대 교수, 제프리 블루스톤 UC샌프란시스코 교수, 크레이그 톰슨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사장이 거론된다. 이들은 '단백질 CD28 및 CTLA-4가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조절제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프로세스'를 규명해 암면역치료 발전에 기여했다.
▲ 노벨물리학상
'중력파 발견'에 기여한 킵 손 칼텍 교수와 레이너 웨이스 MIT교수가 거론된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을 내놓으며 그 존재를 예측했다. 우주에서 블랙홀의 충돌이나 중성자별 폭발 등 큰 사건이 발생하면 시공간이 출렁이며 중력파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의 사건으로 발생한 중력파가 지구로 오면 세기가 약해져서 검출할 수 없었다. 고(故) 로널드 드레버 칼텍 교수와 킵 손 교수, 레이너 웨이스 교수는 중력파를 지구에서 검출할 수 있는 ‘고급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를 만들고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노벨화학상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제한효소)' 기술을 개발한 엠마뉴엘 샤르팡티에 스웨덴 우메아대 교수,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대 교수와, 이 기술을 쥐와 사람 세포에 적용한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 장 펑 MIT 교수가 거론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연구는 유전자 치료와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한편 한국 과학자 중에는 생리의학분야에서 '마이크로 RNA 기전연구'를 수행한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화학 분야에서 '메조다공성 탄소의 합성과 메조다공성 제올라이트 촉매 물질의 설계 연구'를 수행한 유룡 카이스트 교수가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연구자로 평가받는다. 이 외에 생리의학 분야의 김진수 서울대 교수, 물리학 분야의 임지순 포항공대 석좌교수, 화학 분야의 현택환 서울대 교수, 김기문 포항공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노벨과학상 강국 일본의 비법은?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1949년 유카와 히데키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작년 오스미 요시노리가 생리의학상을 받기까지 현재까지 생리의학상 4명,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의 총 22명의 수상자를 뒀다. 일본이 4년 연속 노벨상을 수상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2016년 10월 5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일본이 노벨과학상 강국이 된 이유는 정부와 사회의 아낌없는 지원, 한 분야에 몰두하는 장인정신, 기업의 첨단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 정부는 기초과학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엔 ‘과학에 승부를 걸겠다’는 신념을 갖고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졌다. 일본은 2001년 과학기술기본계획을 공개하면서 “5년간 24조 엔을 투자해 앞으로 50년간 노벨상 수상자 30명을 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미 절반을 달성했다. 2014년 OECD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정부+민간) 연구개발 투자규모는 1649억 달러로 미국(4569억 달러), 중국(2118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이다. 관심있는 분야에 몰두해 한 우물을 파는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 이른바 '오타쿠' 문화도 우수한 연구 업적을 쌓는데 이바지했다.
대한민국 노벨과학상 제로, 그 이유는?
일본이 22개의 노벨과학상을 받는 동안 한국은 단 1개도 받지 못했다. 단기 실적을 요구하는 연구개발 풍토 탓에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작년 6월 한국이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이유로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적 투자에 인색하고 연구실 문화가 경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에 비해 연구비 규모가 작고 연구비 배분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가 정한 ‘제안요청서 주제’에 맞춰 신청해야 함에 따라 연구 자율성이 제한된다. 정부 연구자금이 여러 기관이나 단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 먹기’ 형태로 지급되는 것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점 지원 분야가 바뀌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연구에 집중해야 할 과학자들 중 일부는 예산과 자리를 얻으려고 정권에 줄 대기 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2017년 노벨화학상이 유력한 우수 연구자에 뽑힌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양전지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연구하며 우수한 연구자들과 학생들을 만난 게 행운이었다"며 "연구자가 즐겁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연구의 성과를 단기간에 요구하기보다 기다려주는 문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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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선정한 '2017년 노벨과학상이 유력한 우수 연구자'의 전체 명단이다.
▲ 생리의학상
- 루이스 캔틀리(Lewis C. Cantley) 웨일 코넬대학교 교수
연구업적: 신호전달물질인 포스포이노시티드 3-인산화효소(PI3K)의 발견과 종양의 크기 증가에서 PI3K의 역할에 대한 발견
- 칼 프리스톤(Karl J. Friston)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
연구업적: 통계적 매개변수 사상(SPM) 및 복셀 기반의 형태계측을 통한 뇌 영상자료 분석에 대한 중대한 공헌
- 장 위안(Yuan Chang), 패트릭 무어(Patrick S. Moore) 미국 암학회 연구교수,
연구업적: 카포시 육종-관련 허피스바이러스(KSHV), 즉 인간 헤르페스 바이러스 8(HHV8)에 대한 발견
▲ 물리학상
- 파에돈 아부리스 토마스 왓슨 연구센터, 코넬리스 (씨스) 데커 델프트대 교수, 폴 맥큐엔(Paul McEuen) 이타카 코넬대 교수
연구업적: 탄소기반 전자학 분야의 중대한 공헌
- 미첼 파우겐바움(Mitchell J. Feigenbaum) 록펠러대 교수
연구업적: 비선형 및 카오스 물리시스템 분야의 선도적 발견 및 파이겐바움 상수(Feigenbaum constant)의 식별
-라시드 서냐예프(Rashid A. Sunyaev) 막스 플랑크 천체물리학 연구소 디렉터 겸 사이언티픽 멤버, 러시아인
연구업적: 우주의 기원, 은하 형성 과정, 블랙홀의 원반강착 등 다수의 우주 현상을 포함하여,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이는데 지대한 공헌
▲ 화학상
- 존 버카우(John E. Bercaw) 칼텍 교수, 로버트 버그만(Robert G. Bergman) UC버클리 교수, 조지 슐핀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N.N. 세메노프 화학물리 연구소(N. N. Semenov Institute of Chemical Physics) 선임
연구업적: 탄소-수소 결합활성반응(C-H functonalization)에 대한 중대한 공헌
- 옌스 뇌르스코프(Jens Nørskov) 스탠포드대 교수
연구업적: 고체표면의 불균일계 촉매에 대한 이론 및 실무 부문의 혁신적 발전에 대한 공헌
- 미야사카 츠토무(Tsutomu Miyasaka) 토인 요코하마 대학교 교수, 박남규(Park Nam-Gyu) 성균관대 교수 헨리 스네이드(Henry J. Snaith) 옥스포드대 교수
연구업적: 에너지 변환 효율이 높은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물질의 발견 및 적용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