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씨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란 지적을 받을 만한 언행을 자주 한다. 일례로 이씨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신을 향해 "선당후사(先黨後 私)하라!"는 당내 조언에 대해 "선당후사란 을씨년스러운 표현은 근본 없는 용어"라고 주장했다. 마치 당내 중진, 원로들이 '근본' 없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가져다 쓰면서 압박했다는 식의 주장인 셈이지만, 이는 '자승자박'이다. 

다수 사례 중 가까운 예를 하나만 들자면, 이준석씨는 지난해 8월 26일 부동산 투기 의혹에 제기된 자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탈당 권고를 언급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모두가 합심하는 것이고, 선당후사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입으로 불과 1년 전에 '선당후사' 운운한 자가 지금 와서는 '근본 없는 용어'라고 하고 있으니, 과연 그 말에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준석식의 '자승자박' 또는 '내로남불'은 또 있다. 이씨는 법원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구성·운영과 관련해서 이른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와 관련 17일, 법원 심문에 출석하면서 이씨는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관련 질문에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챙기지 못했다. 불경스럽게도~”라고 조롱 섞인 듯한 답을 내놨다. 이씨는 또 심문과 관련해서 “절차적으로 잘못된 부분과 더불어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된 부분에 대해 재판장에게 드릴 말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준석씨는 '당내 민주주의'를 운운했지만, 이 역시 불과 얼마 전 이씨가 스스로 내뱉은 주장과 배치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다. 

이준석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을 아무리 공격하고 이준석에게 내부총질한다고 지적해도 부질없는 이유는 수많은 자기모순 속에서 이 판을 끌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란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이준석씨는 "선출된 당대표가 당내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이 내부총질이라는 인식도 한심한 게, 당 대표가 말하는 것이 정론이고 그에 반대하는 의견이 보통 반기를 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현대 정치에서는 소수에 집중되는 권력, 권한을 분산하고 당원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당내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당내 민주주의는 소수의 당권 과점이 아니라,  당원들 사이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이를 반영한 정당 운영을 뒷받침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준석씨의 "당 대표가 말하는 게 정론이며 그에 반대하는 의견은 보통 반기를 드는 행위"란 주장과 그 기저에 깔린 사고 방식을 고려했을 때, 이씨가 정말 '당내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한편으로는 과거 새누리당 시절 '이정현 대표 사퇴'을 요구하면서 김상민 등과 시위를 했던 이준석, 바른미래당 시절 '유승민계'와 함께 '손학규 대표 사퇴'을 외치던 이준석은 왜 '정론'을 말하는 당 대표의 퇴진을 그토록 부르짖었나? 왜 '정론'을 말하는 당 대표에 반기를 들었나? 

그런 '전력'을 가진 자가 지금 와서는 한때 당 대표를 맡았다는 사실을 앞세워 자신이 내뱉은 말을 '정론'이라고 자평하는 그 작태를 보며 '모순'이라고 여길 국민들이 많지 않을까. 지금은 '당내 민주주의' 운운하던 자가 불과 얼마 전에는 왜 마치 자신이 '무오류의 수령 김일성'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