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헌 80조 1항(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으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를 폐기하기로 했다가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거센 비판에 시달리면서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이재명 방탄'의 가능성을 남겼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당헌 수정 문제를 두고 장시간 논의한 결과 당헌 80조 3항을 수정,  '정치탄압등 부당한 탄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당무위원회가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한 수정안을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신현영 당 비대위 대변인은 이날 "당헌 80조 1항을 놓고 논의한 결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3항 수정안 내용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날 비대위 의결안을 오는 19일 오전 10시 당무위원회에 상정해 의결하고, 이후 24일 10시에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정치 탄압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당무위원회'가 한다는 점이다. 원래 당헌 80조 3항은 정치탄압 등 부당한 탄압 인정 여부에 대해 '중앙당 윤리심판원 의결을 거쳐'라고 돼 있었지만 이를 '당무위원회가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수정한 것이다. 

윤리심판원은 9명 중 5명이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만큼 당 지도부의 영향을 덜 받는다. 그러나 당무위원회는 당대표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만큼 80조 3항 수정은 '꼼수'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헌이 비대위 결론대로 수정되면 이재명 의원이 대표가 되고 기소돼도 당무위가 부당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면 당 대표직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  

이재명 의원은 현재 대장동 비리와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 등 여러 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수사중이거나 기소 위기인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묵인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80조 1항을 살려둬 명분은 살리면서 빠져나갈 구멍은 마련한 셈이다. 현재 민주당에서 수사를 받고 있으며 기소 가능성이 있는 전현직 의원은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