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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윤종용 전 삼성 부회장 “수컷과 나이 많은 원숭이 안 변해”

“암컷, 젊은 원숭이 변화 주도. 임계치 넘은 변화는 거리·공간 초월”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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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조선일보DB

오래 전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74)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시차를 두고 여러 차례 만났으나 공적 활동과 관련된 대화 외에 개인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다. 그는 그럴 듯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기 싫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북 영천 출신의 윤 전 부회장은 별명이 여러 개다.
기술의 마법사, 혼돈 제조자, 무한도전 탐험가, 경영혁신의 전도사, 샐러리맨의 신화 등 언론이 그에게 멋진 수식어를 붙였다. 그런 조어(造語)에 부담을 느꼈음에 틀림없다.
윤 전 부회장은 몸에 밴 겸손함이랄까, 결벽증이랄까 솔직담백하고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성격이다. 그래서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형 탈모증을 앓았던 윤종용
 
젊은 시절, 그는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자사업을 기획 조사하는 역할을 맡으며 신임을 받기 시작했다. 직접 흑백TV와 컬러TV 개발에 참여했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1969년 일본 산요전기에서 반도체 연수와 1971년 흑백TV 설계 연수, 1972년 미쓰비시에서 컬러TV 설계연수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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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장 시절의 윤종용(1999년)
이병철 회장이 VCR 개발을 지시하자 VCR 개발 실무부장을 맡아 부품 개발에 나섰고 1978년 일본 빅터 VCR 신제품을 분해 조립하며 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VCR 개발에 성공,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그러나 불량률이 높아 이 회장에게 불려가 자주 혼이 나기도 했고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 탈모증을 앓았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노력 덕에 삼성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윤 전 부회장이 자신의 저서(비매품. 삼성전자 刊)를 기자에게 준 일이 있다. 인터뷰 제안을 에둘러 거절하며 건넨 것이다. 제목은 《초일류로 가는 생각》. 삼성을 이끌며 경험한 혁신의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기자는 책에 실린 ‘100마리째의 원숭이’란 소제목의 글을 소개한다. 임계치(臨界値)를 넘는 변화와 혁신은 거리와 공간을 초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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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미야자키현의 원숭이 모습
1950년경 일본 규슈의 미야자키현에서 조금 떨어진 둘레 4km 정도의 무인도에 일본원숭이 2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이 원숭이들에게 고구마를 먹이는 실험을 시작해 2년 뒤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
고구마를 먹기 시작한 원숭이들은 처음엔 고구마에 묻은 흙을 손으로 털어서 먹었다. 얼마 후에는 18개월 된 어린 암놈이 강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다. 어린 원숭이와 어미 원숭이들은 이 행동을 차차 따라했다. 그리고 약 4년 후에는 20마리 중 15마리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고구마를 씻어 먹는 것이 정착된 10년이 지났는데도 12세 이상 된 원숭이는 고구마를 씻어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같은 규슈 오이타현의 어느 산 속에 사는 원숭이들도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두 무리의 원숭이들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동일하게 고구마를 씻어 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물에 씻어 먹는 행위가 미야자키현 부근의 섬에서 오이타현의 산속으로 전파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 라이얼 왓슨(Lyall Watson)은 이 현상을 이론화하여 자신의 베스트셀러인 《생명조류》에 발표했다.
그는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원숭이의 수가 임계치를 넘어서면 이 행동이 그 무리들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다른 장소의 무리들에게까지 전파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임계치를 편의상 '100마리'로 규정했는데 이를 '100마리째의 원숭이 현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왓슨은 어떤 행동을 동일하게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 임계치에 도달하면, 그 행동이 그 집단뿐만 아니라 거리와 공간을 초월하여 다른 집단으로도 전파된다고 규정했다. 이는 생물의 진화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도 적용되는 이론이다.
임계치 이상의 수를 변화시키거나 혁신시키면 그것이 전파되어 나머지도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 사실상 유행도 이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컷과 나이 먹은 원숭이는 쉽게 변하지 않는 반면 젊은 원숭이와 암컷들은 변화를 선도했다는 사실이다.
 
끝까지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윤 전 부회장은 ‘변화와 혁신’에 대한 많은 명언을 남겼다. 소개하자면 이렇다.
 
-변화와 혁신은 먼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미래는 예측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지난 200년간의 변화는 과거 5000년의 변화보다 더 크다.
-앞으로 올 50년의 변화는 과거 100년의 변화보다 몇 십 배 더 크고 빠를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면서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며,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그러나 끝까지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현실이다.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선 기득권층을 최대한 포용하고 설득해야 하지만 끝까지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저 변화하는 척할 뿐입니다. 변화라는 총론은 찬성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자신의 불이익 때문에 반대하거나 끝까지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끌어안고 가려다가는 자원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끌고 가려고 애쓰기보다 오히려 정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초일류로 가는 생각-경영과 혁신》, p.142~143)

입력 : 2017.09.24

조회 : 3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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