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문제를 두고, 민주당은 치안사무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무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도 그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제34조 1항에서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무회의의 서무, 법령 및 조약의 공포, 정부조직과 정원, 상훈, 정부혁신, 행정능률, 전자정부, 정부청사의 관리, 지방자치제도,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지원‧재정‧세제, 낙후지역 등 지원, 지방자치단체간 분쟁조정, 선거‧국민투표의 지원,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 비상대비, 민방위 및 방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그런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34조 5항에서는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되어 있다. 34조 6항에서는 “경찰청의 조직‧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정된 법률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이다. 경찰법 제7조 1항은 “국가경찰행정에 관하여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에 국가경찰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2조는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게 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되어 있다. 

또 인사와 관련해 경찰법에는 “경찰청장은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제14조 2항) “시‧도 경찰청장은 경찰청장이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하여 추천한 사람 중에서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제28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부서장(長)의 권한 가운데 가장 크고 중요한 권한이 인사권이다. 엄연히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경찰청장 및 시‧도 경찰청장 제청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안 사무가 행정안전부 장관의 소관 밖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 장관에게 경찰청장 및 시‧도 경찰청장 제청권을 주면서, 그러한 사무에 대해 장관을 보좌할 수 있는 변변한 기구를 두지 않고 있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닐까? 경찰청장 및 시‧도 경찰청장에 대한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권은 고무도장에 불과한 것이고, 경찰청이 장관을 제쳐놓고 대통령실과 직접 소통하면서 인사를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반(反)법치주의적 발상 아닐까? 지난 6월 대통령 결재도 나기 전에 경찰이 먼저 치안감 인사를 발표했다가 ‘번복 소동’을 빚었던 것도 그런 사고(思考)방식이 낳은 사고(事故)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