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방산 비리 척결”을 지시했고, 박찬주 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의혹’에 대해 “뿌리를 뽑으라”고 했다. 2018년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 규명을 지시했다. 심지어 해외 순방 중에도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을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밝히라고도 했다. 

방산 비리의 주요 혐의와 채용 비리에 연루된 야당 의원이 무죄를 받았다. ‘갑질 의혹’은 무혐의였고 계엄령 문건은 204명을 조사했지만 전원이 무혐의 또는 무죄가 됐다. 대통령이 밝히라고 했던 쿠데타 모의 증거는 없었다. 대통령 하명에 따라 무리하게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등 비극도 잇따랐다.

2019년 3월 6박 7일간 아세안 순방에서 돌아와서는 뜬금없이  ‘김학의·버닝썬·장자연 사건 철저 수사 지시’했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 동영상도 배포했다. 

'정의 사회 구현'을 하자는 말에 대중은 열광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50% 가까이 됐다. 여론은 세 사건에 대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쪽으로 쏠렸다. 

결과론이지만 김학의 사건의 경우, 문재인 정권 인사들의 불법 출금 혐의가 드러났다. 버닝썬 사건은 문재인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경찰 간부가 연루됐음에도 연예계의 추악함을 보여주는 데 그쳤고, 장자연 사건은 윤지오라는 희대의 피에로를 탄생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의인이라던 윤씨는 한국을 떠난 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는다. 

문 전 대통령은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정말 다른 전직 대통령과는 차별되는 소박함, 정의감 등이 있는데 잘 보여지고, 알려지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어찌 됐든 대통령의 책임이다. 이런 면에서 일인자는 고독하다. 

지난 7월 20일 알앤써치가 발표한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가 35.6%, ‘잘못하고 있다’는 61.6%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7월 18일 발표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32%, 부정평가는 63.7%였고, 한국갤럽이 7월 15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32%, 부정평가는 53%였다. 지난 7월 14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회사 공동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33%, 부정평가는 53%였다. 각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2~35.6%로 30%대 초·중반에 머물렀고 부정평가가 50~60%대였다.

보수, 특히 대구 경북(TK) 민심은 이렇다고 한다. 

"전 정권이 저지른 나쁜 짓을 잘 밝혀낼 것 같아서 표를 던졌는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 대체 뭐 하고 있는 것이냐."

물론 운동장이 완전히 기울어진 상태에서 정권을 탈환, 점령군처럼 하고 싶은 것을 거의 다 했다는 평가를 받는 문재인 정부 때와 0.73% 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윤석열 정부는 큰 차이가 있다. 

윤 대통령이 어떤 아젠다를 발표했을 때 49%는 반대부터 하고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은 변하고 설득할 수도 있다. 41%의 득표율로 당선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50%를 넘은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6·1 지방선거 직후 50%를 넘었다. 

다만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본인들은 부인하겠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 사람이라고 한 방송사 사장을 밀어낼 때도 5~6개월이 걸렸다. 아직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도 안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 입장에서는 상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의혹에 대해 수사 지시를 했는데 문재인 정권 때 처럼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을 수 있음을 우려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보수진영에서 윤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조바심을 내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대장동 의혹, 문 전 대통령의 딸 가족의 태국 이주 등 문재인 정권 때 발생했던 사건 의혹 등의 진실에 대해 국민은 궁금해한다. 언론에서 보도한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철사 수사를 지시하는 것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김학의, 장자연 사건과는 그 결이 완전 다르다는 분석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철저수사를 지시한 특정 사건들은 파도 파도 나온 게 없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이뤄진 거대한 의혹 사건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월간조선>이 여러 번 보도했지만, '대장동 녹취록'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와 가까운 전 현직 의원의 이름이 등장하는 데도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수사를 하지 않았다.  

상대에서 근거 없는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할수록 다수 국민은 의구심을 갖는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만약 수사 지시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비판을 받거나 소송을 당한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 처럼 구체적인 '수사 지휘'가 아니라 '당부'라고 하면 된다. 

과연 추석 밥상에 국민이 궁금하고 원하는 것들이 올라갈지 주목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