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 일각에서는 '독립성' '중립성'을 운운한다. 행정안정부가 경찰사무를 담당하는 새로운 부서를 설치할 경우 경찰의 정권에 의해 통제되고, 그 하수인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실제 이들이 주장한 것처럼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모든 분야의 수사권을 가진 '거대 권력' 경찰이 특정 정권의 '사유물'로 전락한다면, 이는 국가적 불행이며 '국민주권'의 훼손이며, '법치 파괴'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에 위배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이들의 '경찰 독립성' 운운 주장이 조금이라고 설득력이 있으려면, 지금껏 경찰이 정권의 '주구' 노릇을 하지 않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주구(走狗)'란, '사냥개' '사주를 받고 남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자'이다. 

즉, 지금까지 경찰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권의 부당한 명령은 무시하고, 정권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모든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했고, 오로지 국민의 생명·재산·권익을 지키는 데 매진했어야 지금 와서 '독립성' 운운할 최소한의 자격을 '득'할 수 있다. 

법률 규정에도 없는 소위 '전국 경찰서장 회의'란 임의 모임을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1970~80년대 민주투사들의 목숨으로 바꾼 귀한 것으로 경찰제도를 하루아침에 졸속으로 바꾸는 건 잘못"이라며 "국민 인권과 직결된 경찰 중립을 총경들이 몸으로 막아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껏 경찰의 행태를 봤을 때 이들이 과연 '민주투사'를 입에 올리고, '정치적 중립'을 얘기하고, '국민인권'을 강조하는 상황에 공감할 수 있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으로 더 거대한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이 그 권한에 대한 정부의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고 '경찰 장악'이란 식으로 프레임을 씌워 정치적 구호 비슷한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몇이나 있을까. 애초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정말 객관적 입장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이 '경찰 장악'이라고 여길 국민은 얼마나 될까.  

과거 정권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치안비서관을 통해 경찰을 사실상 지휘했다. 가장 핵심적인 인사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정권이 경찰을 수족 부리듯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얘기다. 

누차 얘기하지만, 대통령 참모들은 법적 지위와 권한이 사실상 없다. 법적인 지위와 권한을 가진 대통령 참모는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이다. 그밖에 대통령 참모들은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의해 설치된 직위에 임명된 이들이다. 이들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조언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 권한을 앞세워 국정 전반을 총괄 지위하는 행태를 보였다. 앞서 얘기한 치안비서관 역시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행태를 일소하고, 법률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법치를 세우겠다는 얘기다. 소위 '비정상의 정상화'를 선언한 셈이다. 이런 취지에서 법적 권한도 없이 각종 사정기관을 총괄지휘하는 민정수석실을 없앴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서 그 산하 치안비서관직도 사라졌다. 경찰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경찰 조직의 독립성 면에서 봤을 때, 이는 획기적인 진척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 구도상 경찰이 이처럼 자유롭게 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역대 정권이 '치안비서관'을 두고 경찰을 좌지우지할 때 어디서 뭘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자들이 돌연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를 외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윤석열 정부는 그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을 통해 통제하던 경찰을 제도적으로 진정한 '독립기관'으로 만들었다. 손쉽게 경찰 조직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었던 구조를 스스로 깼다.  대신 법률상 상급기관이며 경찰 인사에 대한 '제청권'을 가진 행안부 장관 밑에 경찰사무를 지원할 '경찰국'을 신설할 계획이다. 

행안부 경찰국의 역할은 경찰 관련 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경찰 간부 임용 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등이다. 원래 행안부의 업무였다.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행안부가 계속 떠맡아야 할 고유의 업무다. 원래 법률에 따라 맡고 있던 기존 업무를 새로 부서를 만들어 분장케 하는 걸 두고 '경찰 독립성' 운운하며 반발하는 행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행안부 경찰국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경찰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 특히 정치적 사건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경찰공무원법'은 제23조(정치 관여 금지)와 제37조 3항(벌칙)을 통해 이를 특별히 다루고 있다.  

만일 경찰 일각의 '정치화'를 우려한다면, 자칭 '전국 경찰서장 회의' 또는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는 '경찰공무원법' 벌칙을 상향해 달라는 요구를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경찰 독립을 스스로 훼손하는 짓을 벌인 경찰이 적발될 경우 경찰 입문 이래 쌓은 모든 걸 다 날리고, 사회적 생명이 끊기고, 여생을 감옥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자고 먼저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정권과 결탁하지 않고, 부당 이익에 곁눈질하지 않고, 자리 욕심 내지 않으면서 소위 '민주경찰'의 직분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구비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