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 시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서연양이 2007년 12월 23일 집에서 쓰러진 것을 어머니 서씨가 발견해 수원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서연양이 폐질환을 앓고 있었던 병원 진료 기록이 있었고, 부검 결과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확실해 변사로 내사 종결했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사망 당시 서연양은 16세였다. 이 사실은 1996년 김광석씨 자살 사건과 관련된 의혹을 취재하던 인터넷 매체인 고발뉴스가 최근 '김씨 유족과 함께 서연양의 실종 신고를 하러 경찰서를 갔다가 이미 사망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히면서 공개됐다.

서연양는 김광석과 서해순씨 사이에 태어난 유일한 자식으로 어릴 때부터 발달장애가 있었다. 김씨의 사망 후 아내 서씨와 함께 살았고, 서씨는 주위에 '딸은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뉴스와 여권은 서연양의 죽음에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는 탓이다. 모친 서씨가 저작권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판부에 서연 양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점이 대표적이다.

1996년 김씨 사망 이후 부인 서씨와 김광석씨 친가 간 치열한 저작권 분쟁이 불거졌다. 본격적인 소송은 김광석씨 부친인 김수영씨가 폐렴으로 숨진 2004년부터 시작됐다. 서씨는 3·4집과 다시 부르기 1·2집 등 4개 앨범의 저작권이 서연양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2008년 6월 서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서씨는 상속자이자 외동딸인 서연양이 대법원 판결 전인 2007년 12월23일 이미 사망했는데도 이 사실을 법원이나 소송 상대방인 친가쪽에 숨겨 온 것이다.

고발뉴스는 21일 김광석 유족 측 변호사와 함께 검찰에 서연양 타살의혹 사건 재수사 고발장을 제출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부인 서해순씨는 2007년에 이미 죽은 딸을 2008년 살아있는 것처럼 조정 결정했다"며 "소송 사기라는 생각이 든다. 공소시효가 아직 만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해 모든 의혹을 빠르게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철성 경찰청장은 “소송과 관련한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소송 사기죄가 된다면 수사를 하겠다”고 답했다.

김씨와 가까운 류근 시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발당장애를 가지고 있던 그의 딸이 이미 10년 전에 사망했다는 보도를 접하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공포가 엄습했다. 내가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이 돌연 현실의 힘살을 부풀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공포와 비애와 경악이 한 데 뒤섞인 상채로 꽤 오랜 시간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류근 시인은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작사했다.

1년 3개월 전 기자는 김씨 취재를 위해 류근 시인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류근 시인은 김씨의 죽음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자살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그가 "내가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이 돌연 현실의 힘살을 부풀리는 기분"이라고 쓴 데에는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광석 1964년 1월 22일 대구에서 태어난 김광석은 82년 명지대에 입학한 뒤, 신촌 카페 등지에서 노래를 부르며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84년 ‘노찾사’ 1집에 참여하면서 노래운동에 몸담았고, 88년 동물원으로 데뷔하면서 포크음악으로 전환했다. 89년 솔로데뷔 후 95년까지 음반 6장을 내고 공연 1000회를 넘기며 ‘가객(歌客)’으로 불렸다. 96년 1월 6일 새벽 서울 서교동 자택에서 돌연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의 사인(死因)을 자살로 결론지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