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8200톤급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명칭을 '정조대왕함'이라고 결정했다. 정조대왕함이 취역하면, 이는 우리 해군의 네 번째  이지스 구축함이 된다. 해군 함명제정위원회는 지난 4월, 한국형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III Batch-II) 1번함의 함명을 '정조대왕함'으로 선정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구축함 명칭은 국민으로부터 영웅으로 추앙받는 역사적 인물과 호국 인물을 선정해 제정한다"라고 명칭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조선조 22대 국왕인 정조가 '호국 인물' 또는 '국민이 영웅으로 추앙하는 인물'이라서 해군이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의 함명에 그 명칭을 차용했다는 얘기가 된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조선 후기 22대 왕인 정조대왕(재위 1776~1800)은 친위군인 장용영(壯勇營) 설치와 신도시 수원 화성 건설 등 조선 후기 문화부흥과 부국강병에 힘썼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정조가 친위군을 육성하고, 수원 화성을 건축한 까닭은 미약한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문화 부흥, 부국강병과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조는 즉위 직후부터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친위군을 키우고, 계획도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군사 기지'인 수원 화성을 지었다. 

자기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친위군을 키운 게 우리가 얘기하는 '강병'에 부합할까. 민생에 필요한 건축물이 아니라 수원 화성을 지으면서 막대한 국고를 지출했으면서도, 완공 후 별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친위군의 위용을 과시하는 장소로 방치한 게 그 무슨 대단한 업적일까. 

더구나 대한민국 건국 이래, 국군 창군 이래 다수의 호국 영웅들이 있는데도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함명으로 굳이 망한 나라 국왕의 묘호(廟號)를 가져다 붙이는 그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이들의 행태를 보면 '대한민국 해군'보다는 '조선 수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