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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伊 ‘말라파르테 문학상’ 받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광주 5.18 당시 죽은 영혼에 대한 간절한 고백의 서사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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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부상당한 학생을 시민들이 들것을 이용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작가는 이 소설로 최근 이탈리아 20회 말라파르테(Malaparte) 문학상을 받았다. 이 상은 문학적 성취를 보인 외국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작년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다. 국내 작가 중에 2년 연속 국제 문학상을 받은 이가 또 있을까. 이젠 누구도 작가 한승원의 딸로 기억하지 않는다. 당당히 ‘중견작가’ 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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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소년이 온다는 광주 5.18과 그 상흔에 대한 기억, 고통이 담긴 소설이다. 저자는 “5.18 관련 자료를 토대로 소설을 썼다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 광주, 여성, 다큐멘터리 ‘오월애’(감독 김태일), 인천 동일방직 해고사건을 다룬 다큐 우리들은 정의파다’(감독 이혜란), 그리고5.18 자살자-심리부검 보고서에 각별히 감사드린다고 책 말미에 썼다.
 
첫 문장은 비가 올 것 같아.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p.7)
 
주어는 . ‘의 이름은 동호. 겨우 열여섯, 중학교 3학년이다.
5.18 아비규환 속에서 친구 정대의 시신을 찾는다. 도청 상무관에서 정대 시신을 찾으러 갔다가 시민군의 시신 수습을 돕게 된다.
 
저녁이면 계엄군과 대치한 외곽 지역에서 총을 맞은 사람들이 실려왔다. 군의 총격에 즉사하거나 응급실에 운반되던 중 숨이 끊어진 이들이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의 형상이 너무 생생해,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반투명한 창자들을 뱃속에 집어넣다 말고 은숙 누나는 강당 밖으로 뛰어나가 토하곤 했다.(p.20)
 
는 생각한다. 사람의 혼을 떠올린다. 만약 혼이 새라면...
 
사람이 죽으면 빠져나가는 어린 새는, 살았을 땐 몸 어디에 있을까. 찌푸린 저 미간에, 후광처럼 정수리 뒤에, 아니면 심장 어디께에 있을까.(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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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년이 온다》커버.
도청 상무관으로 어머니가 찾아온다. 걱정스런 어머니는 에게 집에 가자고 조른다. “사람들이 여그서 널 봤다고 그래서 얼마나 놀랬는지 아냐. 시상에, 시체가 저렇게 많은데 무섭지도 않냐. 겁도 많은 자석이라고 어머니가 말하지만 는 반쯤 웃으며 말한다.
 
군인들이 무섭지, 죽은 사람들이 뭐가 무섭다고요.(p. 29)
걱정 마요, 며칠만 일 거들다가 들어갈게요. 정대 찾아서.(p.30)
 
마지막으로 정대를 본 건 바로 였다. 총소리가 귀를 찢었을 때, 모로 넘어진 정대를 뒤로 하고 는 달렸다. 연발 총성이 울리고 아저씨가 두꺼운 손바닥으로 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
 
지금 나가면 개죽음이여.(p.32)
 
는 정대의 얼굴을 떠올렸다. 초등생 같이 키가 안 자란 정대. 그래서 정미누나가 빠듯한 형편에도 우유를 배달시켜 먹이던 정대, 정미 누나와 친남매가 맞나 싶게 못생긴 정대. 단춧구멍 같은 눈에 콧잔등이 번번한 정대. 그런데도 귀염성이 있어서, 그 코를 찡그리며 웃는 모습만으로 누구든 웃겨버리는 정대였다.
 
스무 살 정미누나도 키가 작다. 조금 짧다 싶은 단발머리다. 늘 엷게 화장을 한다. 서서 하는 일이라 발이 부을 텐데, 출퇴근길엔 꼭 굽이 있는 구두를 신는다. 방직공장에 다니는 누나는 야근이 잦다. 그런데 지금은 정미누나도 없다. 만약 정미누나가 곁에 있었다면, 시내 모든 병원을 샅샅이 뒤져, 정대를 찾을 것이다. 죽어도 인문계 고등학교엔 안 간다고, 3학년에 한반 개설된 실업계 준비반에 들어가겠다고 이월에 집을 나간 정대를, 하루 만에 귀신같이 만화방에서 찾아내 귀를 끌고 들어왔던 것처럼. 그러나 지금 정미누나도, 정대도 없다.
 
한 노인이 찾아온다. “어저께 화순서 경운기를 얻어타고 왔다는 노인. 벙어리 막둥이와 쇤녀(손녀)를 찾고 있다. 주목 지팡이를 흙바닥에 짚으며 후들후들 걸음을 내딛는 노인을 는 말없이 쳐다본다. 평지도 잘 걷지 못하는 이 노인이 어떻게 산을 넘어왔다는 건지 는 이해할 수 없다.
 
....저 사람들은 누구여? 왜 얼굴을 가려놨는가?(p.44)
 
정수리까지 천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노인은 묻는다. 피와 진물로 꾸덕꾸덕 얼룩진 흰 무명천을 들추면 길게 찢긴 얼굴, 베어진 어깨, 블라우스 사이로 썩어가는 젖무덤이 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쩍거리는 노인의 두 눈을 는 마주 본다. ‘는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용서하지 않을 거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p45)
 
2검은 숨에서는, 정대의 혼이 주인공이다. 죽은 ’(정대)는 혼이 되어 자신의 죽은 몸을 본다.
 
내 몸은 다른 몸들과 함께 묵묵히 흔들리며 트럭에 실려 갔어. 피를 너무 쏟아내 심장이 멈췄고, 심장이 멈춘 뒤로도 계속 피를 쏟아낸 내 얼굴은 습자지같이 얇고 투명했어.(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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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2일 광주민주화운동 기간의 금남로 거리에는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 학생들의 구호와 열기로 가득찼다
 
트럭은 단층 콘크리트 건물과 참나무 숲 사이 공터에서 멈췄다. 군인들은 열십자로 차곡차곡 몸(시체)을 쌓아 올렸다. 정대의 몸은 아래에서 두 번째에 끼여 납작하게 짓눌렸다. 수십 개의 다리가 달린 괴물의 사체처럼 한덩어리가 된 몸들이다. ‘는 생각한다.
 
누가 나를 죽였을까, 누가 누나를 죽였을까, 왜 죽였을까. 생각할수록 그 낯선 힘은 단단해졌어. 눈도 뺨도 없는 곳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피를 진하고 끈적끈적하게 만들었어.(p.51)
 
군인들이 트럭에 시동은 거는 동안 는 어른어른 그 몸들에게 다가갔다. ‘뿐 아니라 다른 혼의 그림자들도 다가와 그 몸들을 에워싸는 게 느껴졌다. 두개골이 함몰된 남자와 여자들의 옷에선 아직 연한 핏물이 떨어지고 있다.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p.57)
 
군인들이 다가와 몸들의 탑 위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몸 모두에 고르게, 공평하게, 통에 남은 마지막 한방울의 기름까지 털어 뿌린 다음 불을 붙였다. 몸에 달아붙어 썩어가던 피 묻은 옷들이 가장 먼저 타서 재가 됐다. 다음으로 머리카락과 잔털들이, 살갗이, 근육이, 내장이 타들어갔다. 숲이 집어삼킬 듯 불길이 치솟았다. 대낮같이 공터가 밝아졌다.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어.
한번에 수천개의 불꽃을 쏘아올리는 것 같은 폭약 소리. 먼 비명소리. 한꺼번에 숨들이 끊어지는 소리. 놀란 혼들이 한꺼번에 몸들에서 뛰쳐나오는 기척.(p.64)
 
문학평론가 백지연은 이 소설에 대해 증언하는 자의 소명의식과 듣는 자의 상상력이 치열하게 어우러지는 간절한 고백의 서사라고 평가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 소설을 읽으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거리게 만든다고 썼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 당시 숨진 영혼들의 못다 한 말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담았다. 단아하고 서정적인 문장이 오래 가슴에 와 닿는다. 구태여 소설작품에 대해 당시 역사적 진실에 대한 엇갈린 증언과 5.18 재판에서 드러난 진실, 또 무장시위대의 공격, 북한군 개입설 등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입력 : 2017.09.21

조회 :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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