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두고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미나 ‘북한 COVID-19 대유행 사태-주민 생명을 위한 인도적 지원 관련 실무적 정책 고찰’이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실‧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 발제에서 태영호 의원은 “공개적인 대북 지원은 북한의 자존심을 자극해 정작 북한 당국이 대북 지원을 받고 싶어도 이를 수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대북 인도 지원 협력이 공개적으로 진행됐으나 이제는 대북 지원 사업을 비공개로 해야 한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은 보편성과 비(非)정치성, 진정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북한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의원은 대북 인도적 지원 물품을 주민에게 분배하는 과정인 ‘모니터링’이 북한에서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북한 당국이 물품 현장 분배가 이뤄지는 현지에는 ‘숙소가 없다’는 등 현지 사정을 이유로 모니터링 요원들을 예정된 일정보다 일찍 철수시켜 모니터링 과정을 모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벌이는 미국이나 국제기구도 상당수 물품이 북한 군대로 유입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지원 물품 중 약 20%는 주민에게 간다’는 추정치를 바탕으로 인도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태 의원은 “북한의 이러한 (자의적) 분배 방식에 미국이나 국제기구도 동의하고 있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 시 모니터링 원칙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과대 감염내과 교수는 “북한이 강력한 봉쇄로 코로나19 유행을 막을 순 있지만 문제는 봉쇄를 해제하면 감염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며 “봉쇄를 해제하기 위해선 백신이 필수”라고 했다.

북한에서 의사를 지낸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은 방역보다는 체제 유지를 위한 주민 통제가 더 중요하다”면서 “외부에서 지원받을 경우 방역 통제 타워가 무너지기 때문에 우리나라나 미국의 백신 지원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방역 체계는 주민을 위해 작동해야 함에도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한 방역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대북 지원을 건의해도 북한이 대북 지원을 수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도록 계속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신 법률분석관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국제법 준수와 인권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나라마다 환경은 다르지만 ‘도달 가능한 최고의 건강을 향유할 권리를 모든 사람이 갖는다’는 ‘건강권’에 기초해 북한 주민도 건강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체제 특성상 백신 최소 5000만 회분(인구 2500만명)을 지원해야 한다. 우선 1000만회분을 지원하면 누구에게 먼저 접종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취약 계층부터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북한 입장에선 다를 것이다. 인도적 지원할 때면 외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 좌장을 맡은 오주환 서울대학교 의과대 국제보건학 교수는 “북한에 물품을 지원할 근거는 충분하다”며 “실제 지원 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조건)을 해소하고 통일부도 대북 지원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북한을 뉴질랜드‧중국‧인도와 비교하며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에 이른 뒤 하락하는 단계로 보인다”며 “1~2주 후에는 확진자가 굉장히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도시 봉쇄로 확산세를 막았다. 중국도 봉쇄 조치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있다. 경제적 피해는 크지만 방역 성과는 컸다. 현재 평양도 도시 봉쇄 수준으로 대처하고 있다.

인도는 델타 변이 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했지만 사망률은 낮았다. 북한도 인도와 같은 패턴으로 진행될 수 있다. 당시 인도는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현재 북한은 이미 대북 제재가 누적돼 경제적 피해를 입을 영역이 사실상 없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